“어렸을 적 중이염을 방치, 청력이 저하되고 어지럼증이 발생한 시점에 병원을 찾은 50대 여성 환자분. 검사결과 진주종성 만성 중이염에 의해 한쪽 청력이 완전히 소실되고 반고리관에 ‘누공’(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뼛속에 구멍이 생겨 뼈의 양이 줄어들고 얇아져 매우 약해진 상태)이 발생하고 있었습니다. 이 환자분은 고실 성형술(중이의 병변을 제거하고 손상이나 천공된 고막을 복원하기 위해 시행되는 수술)과 유양돌기 절제술(중이와 유양동의 염증을 소실시켜 귀에서 분비물이 나오는 것을 막고, 아울러 합병증 예방을 목적으로 시행되는 수술법), 반고리관 누공에 대한 복원술로 어지럼증이 호전됐고 이후 1년간 추적관찰 결과 특별한 증상과 재발 없이 잘 유지되고 있는 중입니다. 수술장 소견에서 안면신경관의 파괴가 있었기 때문에 더 방치했을 경우 안면마비의 가능성도 있었던 상황입니다.”
이동한 건국대학교병원 이비인후-두경부외과 교수는 지난 3일 외래 진료실에서 가진 인터뷰 중 이 같은 환자 사례를 소개하며 “중이염은 당장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아 때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되기도 한다. 치료를 소홀히 할 경우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난청, 이명, 어지럼증 등의 합병증을 악화시켜 치료를 더 어렵게 만들게 된다. 가능한 증상이 발생한 조기에 임상경험이 풍부한 이비인후과 전문의에게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귀의 구조는 외이, 중이, 내이로 구획을 나누며 고막 안쪽 공간인 중이 공간에 염증이 발생한 것을 중이염이라고 한다. 중이염 종류는 임상 증상에 따라 급성·삼출성(특별한 증상 없이 중이강 내에 맑거나 탁한 액체가 고이는 중이염)·만성 중이염으로 분류한다. 이 가운데 만성중이염은 고막에 구멍이 난 ‘천공성’과 고막의 구멍 유무와 관계없이 진주 모양의 종양이 생긴 ‘진주종성’으로 나뉜다.
중이염이 발생하는 일차적 원인은 귀와 코를 연결하는 ‘이관’의 기능 장애 때문이다. 귀 뒤쪽에 불룩 튀어나온 뼈의 안쪽에는 공기로 가득 찬 벌집모양 공간인 유양동이 있는데, 이 유양동은 중이강과 이관을 거쳐 비강(콧구멍에서 목젖 윗부분에 이르는 코 안의 빈 곳)과 통해있어 공기가 들고나고 하며 환기가 이루어지게 한다. 감기나 축농증, 미생물 감염 등으로 이관 주위 조직이 부종을 일으켜 이관의 기능이 떨어지게 되면 중이강과 유양동이 적절히 환기 되지 않으며, 삼출물이 중이강 내에 고여 삼출성 중이염을 일으킨다. 삼출성 중이염은 이관기능의 호전과 함께 저절로 호전되거나 중이 환기관 삽입 등으로 잘 호전된다. 그러나 염증이 자주 재발하고 이관의 장애가 지속되어 유양동과 중이강의 환기구조가 비가역적(다시 본디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성격을 띤 것)으로 더욱 악화되면, 중이강과 유양동 점막에 만성의 육아조직(외상, 염증에 의해 손상된 조직의 재생과정에서 관찰되는 결합조직)이 증식하고 고막에 천공이 생기는 만성중이염으로 진행하게 된다.
이 교수는 “중이강 내의 고름이 천공된 고막을 통해 외이도로 흘러나오는 이루(중이에서 고름)는 만성중이염의 가장 흔한 증상으로, 몸 컨디션에 따라 악화와 호전을 반복할 수 있는데 주로 귀가 물이나 습기에 노출되거나 면역력이 저하되는 경우 악화 된다”며 “반복적인 이루는 삶의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중이 내의 염증과 고름이 장기화되면 난청, 이명, 어지럼증, 안면마비 등 다양한 합병증을 일으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만성 중이염에서의 난청은 대부분 고막 천공과 이소골의 전도 장애에 의한 전음성 난청(외이·고막·이소골 등 소리를 전달하는 기관에 장애가 생겨 음파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상태)이지만, 달팽이관과 전정기관 내의 막미로(귀의 가장 안 부분의 골미로 속에 복잡한 형태를 이루고 있는 막성의 관 또는 그 주머니)에까지 염증을 일으키는 미로염이 동반되면 감각신경성 난청이 더해진 혼합성 난청의 양상을 보인다. 또한 만성염증에 의해 달팽이관이나 전정기관에 누공이 발생할 경우 어지럼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염증이 안면신경의 주행에 영향을 주면 안면마비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치료하지 않고 방치된 만성중이염은 뇌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중이강과 유양동은 뇌를 떠받치고 있는 두개저와 바로 인접한 공간이므로 이곳의 염증이 두개(머리 부분을 싸고 있는 골격) 내로 퍼져 뇌농양 등을 일으킬 수 있어, 중이염을 오래 앓다가 두통이 심해진다면 반드시 두개 내 합병증이 발생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이염의 진단을 위해서는 이비인후과에서 귀 내시경으로 외이도 및 고막과 중이강의 상태를 확인하고, 청력검사와 함께 측두골CT 검사를 시행해 청력 정도와 염증의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이 교수는 중이염 치료에 대해 “중이염 치료의 목적은 염증의 제거와 재발의 방지, 청력의 회복, 심각한 합병증의 예방이 된다. 이를 위해 내과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데, 대부분의 경우 경구 및 국소 항생제를 위주로 하는 내과적 치료가 선행되어야 한다. 세균 배양 검사와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바탕으로 적절한 항생제를 투여하며 물리적인 소독(드레싱) 또한 병행해야 하고 경구 항생제가 잘 듣지 않을 경우 주사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 내과적 치료는 이루를 완화시키고 중이강과 유양동의 염증 상태를 일시적으로 호전시킬 수 있지만, 염증을 더욱 근본적으로 제거하고 천공된 고막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의 병력, 이관 기능, 측두골CT 검사결과를 토대로 천공된 고막을 재생시키는 고실성형술만 단독으로 시행하거나, 유양동의 염증을 제거하는 유양동 절제술을 함께 시행하게 된다. 고막에 천공이 남아 있게 되면 외부로부터의 감염에 취약하고 물이나 습기에 노출될 경우 염증이 쉽게 악화될 수 있으므로 수술적 치료가 궁극적으로 바람직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수술적 치료가 권장되지는 않는다. 수술 시 전신마취의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고령자나 만성 기저질환을 가진 경우, 수술 대상인 귀가 유일한 청력인 경우 등에서는 보존적인 내과적 치료를 지속하는 것이 더 바람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진주종이 동반된 만성 중이염에서는 일반적으로 진주종이 서서히 진행하며 주변 구조물을 지속적으로 파괴하기 때문에 난청, 어지럼증, 안면마비, 두개 내 합병증을 일으킬 위험도가 더 높다. 또한 내과적 치료만으로는 진주종을 모두 제거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에서 수술적 치료가 권장된다”고 덧붙였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