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지켜보며 많은 사람이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고 부릅니다. 이번 선거에 이러한 별명이 붙은 이유는 단순히 내가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거나, 내게 필요한 정책이 공약화되지 않는 상황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상대 진영에 대한 네거티브로 가득 차고 ‘국민은 빠진’ 선거로 몰락한 현 기성정치에 대한 실망과 분노일 것입니다. 청년 세대를 책임지겠다는 대통령선거 후보자들은 문제의 본질과 어긋난 정책만 내놓고 있고, 청년 단체를 중심으로 수천 명의 청년들이 개진한 의견이 모여 수립된 정책요구안과 잘 차려놓은 토론회 기획안에도 정당들은 ‘눈치 보기식’ 답변을 내고 있습니다. 대선 후보자들의 지속적인 ‘청년 패싱’은 대선 대응을 향한 청년들의 열망을 더욱 키울 뿐입니다.
물론, 청년들도 개인마다 정치에 대한 관심과 온도가 다를 것이고, 그 이유도 다양할 것입니다. 정치의 효용을 느낄 기회가 없었을 수도 있고, 왜인지 모르게 한국 사회에서 ‘정치’, 또는 ‘정치인’이라는 단어가 지닌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저 또한 정치는 ‘그들만의 리그’이며, 정치인들의 탁상공론이 내가 살아가는 삶에 큰 변화를 줄 것이라는 기대를 접고 살아왔습니다. 많은 사람이 정치는 국가 운영의 발전을 위해, 더 나은 시민의 삶을 위해 존재한다고 ‘이론상으로’ 설명하지만, 그 영향력을 체감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청년들이 이번 대선에서 주체적으로 참여하게 된 계기는 분명할 것입니다. 저 또한 크게 2번의 경험을 통해 정치는 시민들의 삶 속에 있다는 것을 느꼈는데, 시작은 박근혜 정부 탄핵 사건이었습니다. 국민이 직접 선출된 대표자를 탄핵하는 상황을 지켜보며, 이 계기로 개인이 각자 국가를 운영하는 대표자에 대한 특정 기준을 마련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민주 사회의 주체로서 정치권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던 사례였기에 정치와 개인의 삶이 연관된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 경험은 아직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 코로나19입니다. 코로나19는 범국가적 재난상황으로서 정부와 국회의 역할을 조명하였고, 특히 기업의 채용 축소로 인한 청년취업난이 심화하는 상황에 대해 청년들의 정책적 니즈가 확대되었습니다.
사실 정치의 역할을 인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의 삶에 이렇게 중요한 이 업무를 누가 집행하는지, ‘정치인’에 대해 아는 것도 필수적입니다. 국가 정책을 운용 및 집행한다는 것은 사회적 권력이 함께하기 때문에, 정치인은 우리의 삶을 보다 ‘본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대한민국 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청년이자 시민으로서, 그리고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의 공동 상임대표로서 다가오는 대통령선거를 통해 선출될 우리나라 국가 리더를 더 알고 싶었고, 알아야 했습니다. 내가 판단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후보인지, 나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치’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인지 파악한 후에 그 역할을 맡기고 싶기 때문입니다. 또한, 2030 세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지며 정치인들은 우리를 국가의 ‘미래’라고 부르는데, 과연 미래를 그들에게 맡겨도 될지 아직은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대통령선거 후보자들의 모든 면을 알고 투표에 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겠으나, 최대한 알아갈 기회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와 함께 활동하는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의 단위 대표자 및 집행팀은 작년 하반기를 대선 대응 사업으로 보냈습니다. 대통령선거 대응의 필요성을 알리고, 청년/대학생들의 의견을 듣고자 캠페인 사업을 진행하여 분야별 정책요구안을 수립하였습니다. 대학생 청년들이 변화를 요구하며 대선 후보자들에게 전한 메시지는 1만5000개가 넘습니다. 그리고 이를 결의하기 위해 1000명의 청년이 모여 행진까지 진행했습니다.
이제 청년들의 목소리에 대한 대통령선거 후보자들의 약속만 남았습니다. 이를 위해 각 정당과 소통하며 <대선 후보자-청년단체 대표자 토론회>를 제안했으나, 지난 2달간 실무 협의 등의 진행 상황은 매우 지지부진한 상황입니다. 대선 후보의 일정과 기타 사유를 핑계로 상대 정당의 눈치만 보며 참석을 꺼리는 상황입니다. 모 정당 관계자의 ‘아직 정책이 준비되지 않았다’라는 답변을 듣고서는 이제 실망을 넘어 걱정스러운 지경입니다.
토론회가 진행되지 않는 것도 답답하지만, 사실 대통령선거 투표일까지 1달 정도 남은 지금까지 준비 안 된 대선 후보자들을 보는 것이 더욱 큰 문제입니다. 언론 인터뷰 및 미디어 매체에서는 청년들과 함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더니, 정작 청년단체의 토론회 제안은 기피하는 모습이 매우 아이러니합니다. 청년단체의 토론회가 아니면 제대로 된 청년 의제 담론은 어디서 하겠다는 것인지, 왜 우리는 준비되지 않은 대통령에게 국정운영과 내 삶을 맡겨야 하는지 지지를 부탁하는 정당과 후보자들에게 되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대선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청년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갈라치기도 하는 지금의 상황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우리 청년행동은 남은 대선 기간, 전략적인 이슈화를 통해 대선 후보들에게 다시 한번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라고 요구할 것입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대통령 선거 당선자, 이후 6월 1일에 진행되는 지방선거까지 청년들의 삶과 미래를 바꾸라고 요구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