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방문한 광주 붕괴현장에서 “돌아가라”는 소리를 들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에서조차 지지율이 흔들리면서 ‘이재명 위기론’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는 27일 오전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붕괴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이후 이 후보와 피해자 가족들이 천막에서 면담을 진행하는 사이 일부 시민들이 “돌아가라”를 외쳤다. 면담이 진행되 “더민주당 필요없다”, “주민고통 외면한 민주당은 돌아가라” 등의 비판구호가 나왔다.
송 대표가 방문한 전날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현장에 방문한 송 대표에게 사고 피해자 가족은 “호남을 텃밭이라고 칭하더니 결국 현장에 온 것은 국민의힘 보다 늦었다”며 “정부와 여당은 정권을 가졌으면서 현장에서 죽어가는 수많은 노동자들을 무시해놓고 선거운동을 할 때냐”고 지적했다. 결국 송 대표는 대책본부 브리핑 이후에 사고 피해자 가족을 만나 간담회를 진행했다. 가장 강력한 지지층인 호남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사실상 퇴짜를 맞은 셈이다.
이런 호남의 반발은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4∼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 4자 가상대결에서 이 후보는 35%, 윤 후보는 34%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내 격차를 보였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의 광주·전남·전북 지지도는 47%로 나왔다.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광주에서 92.0%, 전남에서 89.3%, 전북에서 86.3%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지금 조사와 비교하면 약 2배에 가까운 수치다.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호남 지지율 답보와 광주 사고현장 반발의 원인을 신뢰도 훼손이라고 분석했다. 호남에서도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혀있는 이유가 ‘이재명 민주당’의 낮아진 신뢰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상헌 정치평론가는 27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를 둘러싸고 벌어진 각종 문제가 후보 자체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며 “당 내 계파갈등의 원인도 후보가 약해졌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스권 지지율에서 현 정부와 변별력을 두려고 하다보니 더 갈등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이유로 민주당의 정치 고향인 호남에서도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호남에서는 보수를 찍는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에 투표를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라며 “이 후보가 호남에서 역대급으로 낮은 투표율을 기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6.7%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