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않게 하얀 눈이 군데군데 내렸지만 사방은 온통 붉은색이었다. 삽시간에 눈이 얼어붙었지만 시민들은 굳은 표정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붉은 시민'들의 손길에 윤석열 후보가 브이(V)포즈로 화답하자 태극기가 빗발치듯 마구 나부꼈다.
윤 후보는 공식선거운동 둘째 날인 16일 청주 성안로를 찾아 유권자들을 향한 지지 발언으로 가슴을 울렸다. 이날 윤 후보는 특정 공약을 약속하기보다는 지지자들의 민심을 어루만지는 데 주력했다. 그는 "지난 5년의 민주당 정권동안 많이 힘드셨을 것"이라고 포문을 열며 "대한민국의 중심 충청인과 함께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가 잠시 숨을 고를 때마다 지지자들은 연신 북을 치고 태극기를 흔들어 침묵을 메웠다.한편 윤 후보는 특정 후보를 겨냥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은) 있는 사람 없는 사람, 집 있는 사람 없는 사람 갈라쳐서 고착화시키고 거짓말하는 부정부패"라고 공세를 펼치며 "초과 세수만 수십조원인데 세입·세출 계산도 못하고 약탈해갔다"며 분을 터뜨렸다. 이어 청주에서의 더불어민주당을 두고 "아인슈타인이 아니면 시민들의 삶을 보살피지 못하는 것인가"고 되물은 뒤 "(그저) 상식에 맞춰서 하면 되는 것"이라고 자답했다. 윤 후보는 이날 발표 내내 '공정', '상식', '정의'를 강조하며 다른 후보와의 차별을 두는 듯 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향한 윤 후보의 응수는 끊이지 않았다.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유세를 의식한 듯 "유능하다는 의미가 선거 때 국민 속이는 데 유능하다는 뜻인가"라고 반문하며 "선거철만 되면 옷 예쁘게 입고 배고픈 아이들에게 사탕 나눠주듯이 화려한 약속"만 일삼는다고 비판했다. 동시에 "민주당 공약은 엉터리"라고 단언하며 "국민들에게 금송아지 준다고 해도 믿지 말라"고 노골적인 비판을 이어갔다. 또 "이런 사람이랑 동업 계약서 쓰면 재산 탕진한다"고 비유하며 "민주당은 백성의 고혈을 빨아먹는다"고 규탄했다.
자신을 '정치 신인'이라고 소개한 그는 "누구에게도 정치적 빚을 져본 적이 없다. 오로지 키워주신 충북 도민들, 충주 시민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만 빚이 있다"고 호소했다. 이내 그는 "아무에게도 부채가 없는 만큼 국민을 위해 오랜 세월 집권한 기득권 및 카르텔을 박살내겠다"고 호언장담했다. 덧붙여 "민주주의에서 정치는 책임"이라고 답한 그는 "책임은 잘못했으면 바꾸고 물러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끝으로 "균형 발전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교통"이라고 밝히며 "충북 철도는 청주 도심을 통과하게 하고 청주 공항을 건설하여 충북 경제 산업 거점으로 삼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한편 국민의힘 당원들은 15일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측에서 발생한 사고를 기리는 뜻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이지 않은 채 유세를 펼쳤다. 국민의힘 당원 고봉애(66·여)씨는 "상식과 정의를 강조하는 윤 후보의 모습에 고무되었다"고 말하고 "민주당의 내로남불과 편가르기에 질렸다. 적폐수사에 대찬성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익명의 당원(54·여)은 "정치 신인이니까 더 보완이 잘 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도 실언을 범하는 것에 대해 "말을 조금 더 부드럽고 따뜻하게 고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첫 대선 투표를 앞둔 김민주(19·여)씨는 윤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로 "공약위키, AI, 유튜브 등을 활용해 친근하게 신세대에 접근한 모습"을 꼽으며 기대에 찬 듯한 얼굴이었다. 실제로 이날 '유세의힘'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당첨된 청년들도 마이크를 잡을 수 있었다. 이들 중 청년유세단 허지훈씨(20대·남)는 "나는 행복하고 싶은 청년이다"고 물꼬를 틀고 "윤석열 후보와 함께 행복을 잡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청주=오정우 인턴기자 loribv041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