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단일화’ 철회 선언에... “정치적 최악수, 역시 그 모습”

안철수 ‘단일화’ 철회 선언에... “정치적 최악수, 역시 그 모습”

이상돈 “여론조사로 국민의힘 압도 오판”
신율 “완주할 경우 잃을 것 밖에 없어”
장성철 “늦은 단일화시 정치적 미래 없어”

기사승인 2022-02-21 15:54:29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사진=박효상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유세 버스’ 사고 장례 이후 ‘단일화’ 철회 선언을 하면서 여야를 흔들고 있다. 정치권은 안 후보의 연이은 ‘단일화’ 입장 선회가 정치적으로 최악의 수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5일 안 후보의 ‘유세 버스’ 안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이 발생해 버스 기사 A씨와 국민의당 지역선대위원장 손평오씨가 숨졌다. 해당 버스는 전면 래핑과 함께 LED 전광판이 달린 개조 버스다.

사건 이후에도 해당 같은 구조의 버스를 이용했다는 내부고발이 나왔다. 국민의당 청년당원 B씨는 지난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적을 던지고 이야기하는 마지막 충정”이라며 “유세 버스 사고 경위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뒷좌석에 앉았는데 유난히 졸음이 쏟아지는 증상을 경험했다”며 “화학병 출신의 한 선거운동원이 버스 지붕의 창문을 열어 큰 변을 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안 후보는 선거 운동을 돕다 숨진 손씨의 장례식이 끝나기도 전에 완주하겠다고 발언했다. 일각에서는 장례식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대선을 완주하겠다는 발언을 한 것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다.

안 후보는 지난 18일 손씨의 영결식 조사를 통해 완주 의지를 피력했다. 안 후보는 “어떤 풍파에도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손 동지의 뜻을 받들겠다”며 “반드시 승리해 이념과 진영의 시대가 아닌 과학과 실용의 시대를 열어 대한민국 역사에 남는 새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이후 안 후보는 20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 철회 선언을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안 후보가 고인의 의지를 이어 완주한다는 내용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불행한 산업재해로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돌아가신 버스 기사의 가족들이 안 후보의 참여를 반려했다”며 “정치가 매정해도 그런 상황에서 고인의 유지를 완주의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전문가는 단일화가 점차 어려워지는 이유로 지지율 변동, 시기를 꼽았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특임교수는 21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지지율이 낮아질수록 단일화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줄어든다. 지지율이 높았을 때 단일화를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유권자들의 표가 결집해 단일화가 더 어려워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안 후보의 지지율은 연이은 하락세에 접어들어 2월 내내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쿠키뉴스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지난 12~14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009명을 대상으로 ‘차기 대통령 선호도(다자대결)’를 조사한 결과 안 후보의 지지율은 7.2%를 기록했다.

안 후보는 지난 1월 8~10일 한길리서치 조사에서 11.0%를 기록한 이후 1월 22일~24일 10.0%, 지난 2일 8.2% 순으로 점차 하락하고 있다.

전문가는 선거비용 문제는 군소 정당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문제라는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C정치평론가는 “평균 선거비용이 작게는 수십억에서 많게는 수백억으로 집계된다”며 “국민의당이 다른 정당과 상황이 다르다고 해도 비용은 부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의 단일화 철회를 두고 여야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치교체’를 내세워 안 후보를 독려하면서 힘을 합칠 것을 요구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철수 후보님의 고뇌에 공감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후보는 “87체제 아래 양당독점체제는 국민에게 양자택일을 강요했다”며 “안 후보의 구체제 정치 종식과 새 정치를 향한 정치교체 열망‧의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21일 안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에게 공동 정치개혁을 요구했다. 김 의원은 페이스북에 “국민통합 정부와 국민통합 국회, 국민통합 헌법을 제안한다”며 “이 후보 혼자 이야기하면 선거용 구호지만 나머지가 참여한다면 현실이 된다”고 호소했다.

전문가는 안 후보와 이 후보의 단일화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안 후보의 지지율 기반은 ‘정권교체’ 지지층이기 때문에 이 후보에게 지지율이 옮겨가기 어렵다”며 “지지층이 정치적 행보에 혼란을 느끼면 지지율 하락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여론을 언급하면서 재차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안 후보가 원하는 방법으로 관철되지 않았다고 일주일 만에 단일화 제안을 거둬들이는 것은 매우 안타깝다”며 “아직 남은 시간이 있으니 국민의 ‘정권교체’ 열망에 화답하는 결단이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도 공식 메시지를 통해 “안 후보가 말한 충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국민에게 실망을 드려서는 안 된다.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과거 국민의당에서 함께 한 인사도 안 후보의 ‘단일화’ 행보에 쓴 소리를 냈다. 이상돈 국민의당 전 의원은 21일 페이스북을 통해 “안 후보는 불과 몇 년 동안 합당과 창당, 분당 탈당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과 멀어졌다”며 “안 후보가 초기 여론조사를 믿고 국민의힘을 압도할 수 있다는 오판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적 이상이 아름다워도 정치는 원래 남과 더불어 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안 후보를 겪어 본 사람들은 어제 기자회견을 보고 ‘역시 그 모습’이라고 말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전문가들은 안 후보가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안 후보의 대선 완주에서도 얻을 것이 별로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시간이 지날수록 최악의 상황에서 단일화가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1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안 후보는 단일화를 해도 안 해도 비판을 받는 상황이다. 단일화를 하는 것이 비판을 덜 받는 방법”이라며 “정권교체를 원하는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단일화를 하지 않아 이 후보가 (당선) 될 경우 안 후보의 입지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 후보가 완주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끝까지 가도 잃는 것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정권교체’라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단일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장성철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단일화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감정적 대립이 없어야 하는데 감정적 대립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시간이 지나서 단일화가 이뤄지면 정치적 미래가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안 후보가) 완주를 해도 위험하고 하지 않아도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다”며 “지분 보장을 받고 단일화를 해주는 게 더 좋은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윤 후보와 담판을 통해서 의사를 확인하고 단일화 여부를 결정해도 되는데 담판조차 해보지 못했다”며 “안 후보의 단일화 과정이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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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hb9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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