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범야권 단일화’ 결렬 이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의 단일화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지만 결국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안 후보가 단일화를 이뤄냈다.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위원장은 단일화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안 후보와 이 후보 사이의 교두보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위원장은 이 후보와 회동에서 ‘권력 지분’ 문제를 논의한 뒤 안 후보와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전문가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가 되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 후보의 지지층이 ‘정권교체’ 지지층과 겹쳐 있어 지지층 이동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김 전 위원장의 이런 행보는 이번만이 아니다. 20대 대선 후보로 거론됐던 이 후보와 윤 후보,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선후보, 금태섭 전 의원 등 출마했거나 출마 가능성이 있었던 인물들에게 접선하면서 선거에 참여 의도를 내비쳤다.
뒤이어 윤석열 캠프에 합류한 김종인 전 위원장은 사임 이후 이 후보와 회동하고 안 후보 부부와 식사를 하는 등 지속적인 접촉을 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종인은) 선거 기술자이고 이기는 기술만 생각한다”며 “선거에서 이긴다는 의미는 국민을 이긴다는 것인데 이를 기술적으로만 접근하는 부분은 정치 선배의 모습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김 전 위원장의 행보가 자신의 이익과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 전 위원장은 정치인이 아닌 ‘선거 기술자’라고 평가했다. 반면 안 후보에 대해서는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정치적 선택을 해냈다고 설명했다.
전원책 변호사는 3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은 항상 가능성이 있는 모든 후보를 다 만나고 다닌다”며 “초기에는 이재명, 윤석열, 안철수, 김동연, 금태섭 등 주목받는 인물들과 접촉을 시도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자신의 정치 철학을 가지고 인물을 규합하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저기 움직이는 것”이라며 “국민들도 김 전 위원장 권위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도 본지와의 통화에서 “김 전 위원장은 정치인에 기대하는 소신과 신념, 절개, 지조와 무관한 선거기술자로 볼 수 있다”며 “이익이 많은 쪽에서 자신의 정치 기술을 통해 비례대표만 5번을 해온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전 위원장의 행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계속 이동을 해왔다”며 “정치 영향력도 감소한 것이 보인다. 김종인 인수위원장 이야기가 나오자 민주당에서 거부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황 평론가는 안 후보의 단일화 선택이 정치적으로 좋은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안 후보가 완주할 경우 정권교체 책임론과 정치적 입지 위기 등이 발생한다”며 “하지만 단일화를 했기 때문에 윤 후보가 당선될 경우 집권 여당의 차기 대선까지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고 전망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