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롭고 무거운 ‘킬힐’ [볼까말까]

날카롭고 무거운 ‘킬힐’ [볼까말까]

기사승인 2022-03-10 15:03:18
배우 김하늘, 이혜영, 김성령 등이 출연하는 tvN 새 수목드라마 ‘킬힐’ 포스터. tvN.

시종일관 날이 섰다. 잘 벼려진 칼날보다는 매서운 칼바람 같다. 분위기는 내내 무겁다. ‘여자들의 전쟁’을 내세운 tvN 새 수목드라마 ‘킬힐’이 9일 첫선을 보였다.

‘킬힐’은 홈쇼핑에서 벌어지는 세 여자들의 경쟁을 다룬 드라마다. 첫 회부터 치열했다. 쇼호스트 우현(김하늘)은 일과 가정에서 모두 위기에 봉착해 있다. 남편은 사업이 망해 아르바이트만 전전하고 있고, 시어머니는 외벌이 중인 우현에게 “돈 버는 게 유세냐”며 타박한다. 회사에선 간판 쇼호스트 자리를 옥선(김성령)에게 뺏기고 입지마저 위태롭다. 옥선 역시 정치인 남편으로 인해 커리어 문제로 은근한 압박을 받는 처지다. 한편, 수세에 몰린 우현에게 모란(이혜영)은 웃으며 손을 내민다.

‘킬힐’은 쇼호스트들의 이야기다. 홈쇼핑을 무대로 여자 셋이 성공을 향해 사투를 벌인다. 서로에 대한 시기, 질투도 담겼다. 매력적인 소재다. 다만 이를 담는 구도가 아쉽다. 성공이라는 목표를 두고 경쟁을 벌이는 모습보다, 서로에 대한 멸시로 가득 찬 여성들이 즐비하게 그려진다. 직장 내 경쟁구도를 살벌하게 담고, 그 안에 미움을 잔뜩 심었다. 그렇다 보니 다소 피로감이 느껴진다. 이를 환기시키는 건 배우들의 명연기다. 오랜만에 돌아온 김하늘의 변신이 새롭다. 김성령 역시 캐릭터와 동화된 연기를 펼친다. 이혜영은 등장만으로도 화면을 장악하는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배우들이 잘 구축한 캐릭터를 고루하지 않게 활용하는 게 관건이다. 

tvN 새 수목드라마 ‘킬힐’ 1회 캡처.

첫 방송 시청률은 4.4%로 출발했다(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 ‘킬힐’은 이날 수목드라마 중 유일하게 전파를 탔다. 경쟁작인 JTBC ‘서른, 아홉’과 iHQ·MBN ‘스폰서’는 제20대 대통령 선거 개표 방송이 진행됨에 따라 결방됐다. ‘서른, 아홉’과 ‘스폰서’ 1회는 각각 4.4%, 1.2%를 기록했다. 지난 3일 방송됐던 ‘서른, 아홉’ 6회와 ‘스폰서’ 4회 시청률은 6.9%와 1.2%를 각각 나타냈다. 경쟁작을 피해 새 시작을 알린 ‘킬힐’이 수목드라마에서 승기를 잡을지 주목된다.

△ 볼까

인물 간 경쟁 구도가 확실하다. 갈등과 긴장감이 가득한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추천한다. 김하늘, 김성령, 이혜영 조합을 기대했다면 볼 만하다. 이름값을 해내는 연기를 펼친다. 

△ 말까

사회생활과 그 안에서 겪는 부조리함, 직장에서의 날 선 경쟁에 피로감을 느낀다면 권하지 않는다. 세 여자가 주를 이루나, 주도적인 분위기의 여성 서사극은 아니다. 여성 간 연대와 화합을 기대했다면 조금은 다른 분위기에 당황할 수 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김예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