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청와대를 국민의 품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윤 당선인의 계획이 성사될 경우 건국 이후 74년 동안 권력의 상징이었던 청와대는 경복궁, 송현동 이건희 미술관 등과 연계해 서울의 관광 메카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청와대가 공원으로 탈바꿈할 경우 광화문에서부터 경복궁, 청와대로 연결되는 역사·문화·관광 벨트가 형성될 전망이다. 광화문에서부터 경복궁과 청와대까지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대 관광단지가 형성되는 셈이다.
경복궁은 한국의 과거 역사를 직접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 연 500만명 이상이 방문한 국내 대표 관광지 중 하나다.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기 위한 관광객들로 항시 붐비던 곳이다. 서울시와 서울관광재단이 온라인을 통해 외국인이 좋아하는 서울의 명소를 조사한 결과 부동의 1위를 차지한 곳이기도 하다. 청와대가 개방될 경우 과거와 현대의 국가통치 중심지를 함께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광 시너지가 기대되고 있다.
여기에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경복궁 우측에 인접)에 들어설 이건희 박물관도 관광 벨트의 한 축으로 관광객을 끌어 모을 전망이다. 앞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국제적 명성이 있는 60여개 미술관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건희 컬렉션’의 예상 방문객을 한해 약 300만명, 외국인 약 7.7%로 추정했다. 이건희 컬렉션은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유족이 정부에 기증한 기증품으로 국보 정선필 인왕제색도, 보물 고려천수관음보살도 등 국가지정문화재 60건과 이중섭 ‘황소’, 박수근 ‘절구질하는 여인’ 등 한국 대표 근대미술품 460여점, 모네 ‘수련이 있는 연못’ 등 세계 거장의 대표작들을 포함하고 있다.
광화문과 경복궁, 청와대 일대 상가들은 코로나19로 상권이 침체돼 있던 상황에서 청와대 개방으로 상권이 활성화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경복궁 인근에서 한복 대여점을 운영하고 있는 40대 여성은 “코로나19로 관광객이 끊기면서 문을 닫은 대여점들이 많다”며 “청와대 개방으로 일대 상권이 살아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상권 활성화가 기대되면서 부동산 시장도 움직이고 있다. 현지 개업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상가를 중심으로 매매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경복궁역 인근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계획이 발표된 이후 상가를 중심으로 문의가 늘었다”며 “매매가격이나 임대수익을 문의하는 내용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청와대 인근에서 거주하던 주민들 사이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효자동에서 부모님 때부터 거주하고 있다는 50대 남성은 “청와대가 공원화되면 상주인구는 줄고 관광객은 늘어나 삼청동이나 북촌처럼 카페들이 동네를 차지할 것”이라며 “낮에만 북적거리고 밤에는 불이 다 꺼진 동네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곳에서 아이 키우며 평생 살아갈 입장에서 동네가 관광지화 되는 것을 환영하지만은 않는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