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잔의 기적이 이번에는 상암에서 연출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4일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 이란과 홈경기에서 손흥민의 선제골과 김영권의 추가골로 2대 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7승 2무(승점 23점)으로 A조 1위로 올라섰다. 이란은 최종예선에서 첫 패배를 당하며 조 2위(7승 1무 1패, 승점 22점)로 내려왔다.
선제골은 손흥민(토트넘)이 만들어냈다. 전반전 추가시간에 페널티 지역 왼쪽 측면에서 호쾌한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이란 골키퍼 아미르 아베드자데(마리티무)가 두 손으로 막은 것을 꿰뚫는 대포알 슈팅이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후반 17분 추가골까지 뽑아내 2대 0으로 점수 차를 벌렸다. 수비수 김영권은 후반 17분 황희찬(울버햄튼)이 왼쪽을 파고든 뒤 이재성(마인츠)를 거쳐 자신에게 연결된 패스를 왼발로 차 골망을 갈랐다.
4년 전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독일전이 연상되는 경기였다.
당시 한국은 세계 최강으로 불리던 독일을 상대로 2대 0 승리를 거뒀다. 후반 43분 김영권의 선제골과 경기 종료 직전 손흥민의 추가골로 이변을 일으켰다. 이 경기는 ‘카잔의 기적’이라 불리며 잊혀 지지 않을 명경기로 남았다.
김영권의 추가골은 4년 전과 판박이었다. 당시 코너킥 찬스에서 팀원을 거친 공을 밀어넣었는데, 이번 득점도 이재성의 도움을 받아 골문 앞에서 마무리했다. 4년 전이 연상되는 순간이었다. 김영권은 당시와 같은 ‘팔뚝 키스’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두 선수의 활약으로 한국은 이란을 상대로 11년 만에 승리하는 역사를 썼다. 한국은 이번 경기 전까지 통산 32차례 맞대결에서 9승 10무 13패로 밀렸다. 마지막 이란전 승리가 2011년 1월 22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전(1대 0)인데, 11년 만에 드디어 웃음을 지었다.
카잔의 기적을 상암에서 재현해 낸 주장단은 월드컵까지 기세를 이어갈 계획이다. 한국은 오는 29일 아랍에미리트(UAE)를 상대로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면 조 1위가 확정된다.
상암=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