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전장연은 대통령인수위원회의 책임있는 답변을 기다리겠다며 출근길 지하철 탑승 시위를 재개했다. 지난 30일 잠정 중단한 지 22일 만이다.
시위는 오전 7시부터 9시까지 2호선 시청역, 3호선 경복궁역에서 진행됐다. 휠체어에서 내려 직접 기어서 지하철에 탑승하는 오체투지 시위로 지연 시간은 길어졌다. 2호선 시청역에서 충무로로 향하던 지하철은 오전 7시 30분부터 지연돼 8시 10분이 넘어서야 운행을 재개했다.
3호선, 5호선도 운행 지연에 이어 중단됐다. 고속버스터미널역, 시청역, 교대역 등 주요 역은 플랫폼을 가득 메운 대기 승객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출근길 불편에도 SNS를 통해 시위를 옹호하는 시민들도 있다. 한 누리꾼은 “전장연 지하철 시위로 30분가량 지하철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이 기다리는 1~2시간의 매일을 생각해 주었으면” 이라고 글을 올렸다.
전장연 후원 모금을 알리는 글도 올라왔다. 서울교통공사가 장애인 이동권 시위로 인한 열차 지연이라는 말을 할 때마다 전장연에 만원씩 후원하자는 캠페인 글을 올리기도 했다. 후원 인증 글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전장연 후원 인증글을 남겨 대중의 뭇매를 맞은 가수 핫펠트(예은)도 다시 목소리를 냈다. 핫펠트는 20일 SNS를 통해 “누군가 저에게 지하철을 안타는 니가 시민의 불편함을 뭘 아냐고 한다. 맞습니다. 저는 주로 차로 이동하기 때문에 지하철 시위로 피해보신 많은 분들의 고통을 깊게 이해하지 못할지 모릅니다”라고 말을 꺼냈다.
그는 “그렇다면 장애를 갖지 않은 우리는 시위에 나서야만 하는 장애인들의 고통을 뭘 알까요? 오늘 하루만큼은 장애인의 입장에 서서 생각하고 고민하고 공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 안산(21·광주여대) 또한 자신의 SNS에 올린 지지 발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안산은 이날 강원 원주양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최종 2차 평가전’ 기자회견에서 장애인 출근길 시위에 대한 글을 왜 올리게 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저는 광주여대 초등특수교육과에 다니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엘리트 체육인이기 이전에 장애 아동을 가르치는 특수교육학을 배우는 대학생으로서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의미다.
안산은 지난 14일 전장연에 50만원을 후원한 것을 보여주는 스크린샷을 트윗하면서 ‘비장애인이 불편함을 감수하는 게 당연한 세상이 오기를’이라고 적었다.
서울대학교 학생들은 연대 시위를 열었다. 이날 전장연의 지하철 출근길 시위에 맞춰 서울지하철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피케팅을 진행했다. 비장애인 단체가 전장연 시위와 별도로 지하철 연대 시위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연대하는 서울대 학생들’ 소속 학생 네 명은 서울대입구역에서 1시간 가량 피케을 들고 서있었다. 피켓에는 ‘우리의 연대는 혐오를 이긴다’, ‘이동권은 누구나 보장받아야 할 권리다’ 등이 적혀있었다.
손희정 기자 sonhj122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