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수완박’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갈등이 거세지자 박병석 국회의장이 중재안을 양당에 제시했다. 양당은 이 중재안을 수용한다고 밝혔지만, 속내가 다르다는 분석이다. 특히 양당이 요구하는 본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갈등이 다시 심각해질 수 있다는 평가다.
박 의장은 22일 중재안을 공개하고 각 당에 경고를 남겼다. 박 의장은 중재안을 건넨 후 기자들과 만나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도 국민과 함께 가지 못한다면 성공하지 못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며 “국민의 대변자로 국익과 국민의 관점에서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반드시 결론을 낼 것”이라며 “국민의 상처를 굳히는 국회는 결코 국민에게 신뢰를 받을 수 없다”고 경고했다.
공개된 중재안은 ‘검수완박’ 법안을 점진적으로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주요 내용으로는 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와 대형 참사 등 수사항목을 삭제하고 ‘중대범죄수사처’(가칭)가 설립되면 직접 수사권을 박탈한다.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위원장을 민주당으로 한 13인의 사법개혁 특위를 구성한다. 특위 구성은 민주당 7명, 국민의힘 5명, 비교섭 단체 1명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박 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의장의 중재안에 대해서 논의한 결과 우리당은 의장의 중재안을 수용하기로 했다”며 “민주당이 제출한 법안은 직접수사권과 보충수사권을 폐지하지만 합의한 내용은 검찰의 보완수사와 2차적 수사권은 유지하고 부정부패와 대형 문제 직접 수사권한은 검찰에서 보유하게 됐다”고 답했다.
중재안의 아쉬운 부분과 이견에 대해서는 “양당이 한국 형사사법체계의 근본이 흔들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않는 선에서 협의했다”며 “이견이 있었지만 타협했다. 합의되면 합의된 부분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은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겠다는 여지를 남겼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원 총회 후 브리핑에서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제시한 중재안을 수용한다”며 “중재안에서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보완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의원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의장 중재안을 여야가 수용했기 때문에 법사위에서 법안 심사 과정을 해야 한다”며 “수용한 내용을 법문화시키고 향후 법사위 심사 일정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본 회의는 다음 주에 열어서 5월 3일 국무회의에 최종적으로 의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완 언급에 대해서는 “6대 범죄를 4개월 이후 폐지하면 더할나위 없었지만, 의장과 국민의힘은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사개특위에서 한국형 FBI를 만들고 폐지 절차를 밟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석열 취임 후 거부권 행사 우려 질문에는 “윤 후보 핵심 측근인 권 원내대표가 의원 총회에서 수용한 내용”이라며 “본인들이 수용하고 합의한 것을 대통령 당선인이 거부권 행사를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는 이번 중재안을 받아들인 이유로 ‘명분’을 꼽았다. 또 다른 배경으로는 각 당의 입장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중재안 이후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본질적인 문제가 남아있어 협의가 어렵다고 전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2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양향자 무소속 의원 법사위 합류를 시키거나 민형배 민주당 의원 탈당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여론이 좋지 않아졌다”며 “그런 상황에서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의힘 역시 민주당이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하면 막을 방법이 없어서 중재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며 “4개월 후에 검수완박을 진행하면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정치에서는 약속했다가도 틀어지는 경우가 많고 양당이 만족할만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다”며 “갈등이 완화된 것이 아닌 일시적인 휴전 상태”라고 해석했다.
아울러 “이후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에 틀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후에 어떤 협의가 이뤄지느냐에 따라서 달라지게 된다”고 말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