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어질어질… 귀 질환 의심을 [진료실에서]

자고나면 어질어질… 귀 질환 의심을 [진료실에서]

글‧안정민 원자력병원 이비인후과 과장

기사승인 2022-05-02 07:41:01

“아침에 깨어 눈을 떴는데 주변이 빙빙 돌고 어지러워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작년에도 이런 어지럼이 두어 번 있었는데 몇 시간 만에 없어져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요. 40대 중반인데 병원에 가야하는 건가요?“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분들 중에는 의외로 귀에 문제가 생긴 경우가 많다. 어지러움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귀 질환에는 가장 흔한 이석증을 비롯해 전정신경염, 메니에르병 등이 있다. 

이석증은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이석기관의 이석이 머리외상, 골다공증, 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인해 떨어져 나와 회전과 가속을 감지하는 반고리관으로 잘못 들어가 반고리관을 자극해 머리를 움직일 때마다 회전성 어지러움을 느끼는 것이다. 주로 40대 이상 여성 환자가 많은데 완경 이후 호르몬 변화로 칼슘대사에 문제가 생겨 발생할 수 있다. 진단은 의지와 상관없이 안구가 특정 방향으로 반복해서 움직이는 안진 검사로 확인한다. 대부분 수주 이내에 자연 회복되지만 빠른 일상 복귀를 위해 치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보통 ‘이석정복술’이라는 물리치료를 통해 환자의 몸과 머리를 일정한 방향과 각도로 움직여 반고리관으로 잘못 들어간 이석을 이석기관으로 돌려보낸다. 

이석증 다음으로 많은 귀 질환인 전정신경염은 평형감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전정신경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어지러움과 함께 메스꺼움, 구토가 갑자기 나타나고 수일 간 지속된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바이러스 감염이나 전정신경으로 가는 미세혈관 이상으로 보고 있다. 이석증 보다 어지러움이 훨씬 심하며 발병 초기 급성기의 심한 어지러움은 약물치료를 한다. 급성기가 지난 후에는 전정신경 재활운동이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된다. 전정신경 재활운동은 눈으로 목표를 주시하는 것을 훈련하고 평형기능을 강화해 어지러움을 덜어준다. 

메니에르병은 귀가 먹먹하고 청력 이상과 함께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질환이다. 자가면역질환, 알레르기, 중이염 등으로 인해 청력과 평형기능을 담당하는 달팽이관 속 내림프액이 순환되지 않아 귓속 내이 압력이 높아지면서 발생한다. 머리의 움직임과 상관없이 어지러움이 생기고 청력까지 떨어져 이석증이나 전정신경염과 구별된다. 귀 고혈압이라고도 하는 메니에르병은 평소 저염식 등 식습관 조절과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 증상이 자주 반복되고 심해지면 수술을 고려 할 수 있다.

어지러움은 생명과 직결되지는 않지만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어 자주 재발하면 빨리 치료받고 질환을 정확하게 이해하여 평소 예방 관리를 해야 한다. 특히 청력 저하나 이명을 동반하는 어지러움, 항생제 등 약물 복용 중에 생기는 어지러움, 만성 중이염에 동반된 어지러움 등은 저절로 나아지지 않는다. 이런 어지러움을 방치하면 청력 및 전정신경 기능을 잃을 수 있어 이비인후과 진료를 꼭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이영수 기자
juny@kukinews.com
이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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