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대란 ‘글쎄’...대통령 집무실 이전 용산 일대 가보니

교통대란 ‘글쎄’...대통령 집무실 이전 용산 일대 가보니

출근길 정체 없어 vs 차량 점차 늘어
“시위·집회로 인한 교통 혼잡 가중” 우려도

기사승인 2022-05-21 06:30:01
20일 오전 신용산역 버스 정류장 인근 시민들이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김한나 기자

"매일 사옥으로 출근하지만 우려했던 출근길 정체는 아직 못 느꼈다. 추이를 지켜봐야 알 것 같다."

20일 오전 8시 30분께. 아모레퍼시픽에서 근무하는 30대 남성 김 모씨는 기자에게 이같이 말한 뒤 사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오전에 찾은 신용산역 2번 출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앞은 간간히 출근하는 직원들로 대체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바로 옆에 위치한 LS용산타워도 줄지어 주차장으로 들어서는 차량들이 보였지만 출근길 혼잡은 없어 보였다.

8시 47분께 방문한 엘지유플러스 본사 앞 상황도 비슷했다. 출근 시간대였지만 우려했던 교통 체증은 보이지 않았다. 사옥 안에서 만난 엘지유플러스 노동조합 관계자도 "출근길 대란까진 아니고 평상시와 동일하다. 원래 이 일대가 막히긴 하지만 평소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용산 국방부 청사로 집무실을 옮긴 지 이날로 열흘 째를 맞았다. 최근 서울 용산구 일대가 출근길 교통 문제로 들썩이는 가운데,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입장과 달리 교통 혼잡의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도 적지 않았다.

신용산역 인근서 교통 정리를 하던 40대 남성 박 모씨는 "삼각지 구간이 원래 교통량이 많아 상습 정체지역인데, 이전보다 출근 시간대 차량이 늘긴 했다"면서 "청사가 용산으로 이전한 영향이 있다고 봐야 한다. 경찰들도 청사 밖에 많이 대기하고 있어 인근 교통 체증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하철 용산역을 이용하는 승객들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용산역 지하철 이용객은 지난 19일 기준 하루 평균 6만2287명, 전철 수송인원은 118만3454명으로 집계됐다. 열흘 정도를 제외한다고 해도 이용객은 전년 대비(4만3144명) 1만9143명이 늘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쭉 감소세를 보이다 지난달(5만2424명)부터 이달 19일까지 일평균 이용객만 9863명이 증가했다.

삼각지역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50대 여성 이 모씨는 "매일 아침 지하철로 출근을 하는데 이 근처로 집무실이 옮기게 되면서 평소보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이전과 비교하면 확실히 교통 체증이 심해졌다"고 토로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신용산역에서 대통령실로 향하는 한강대로의 횡단보도를 점거한 채 장애인 권리 예산 보장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이날 시위 참가자들은 3~5개 차선의 차량 통행을 막아 출근길 교통 혼잡이 빚어졌다. 연합뉴스

기존에 청와대에서 열리던 시위와 집회도 용산으로 넘어오면서 교통 혼잡은 더 가중되고 있다. 특히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시위가 계속되면서 피로감을 느끼는 시민들도 적지 않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7시43분께 용산 일대 도로를 기습 점거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후 지하철 승강장에서 오체투지 투쟁을 이어가며 4호선 운행은 일시적으로 차질을 빚기도 했다.

전장연은 지난해 12월부터 '출근길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과 장애인권리 4대 법률(장애인권리보장법·장애인탈시설지원법·장애인평생교육법·특수교육법) 제·개정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용산구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이 모씨는 "많은 주민들이 시위와 교통 체증으로 인해 주거 환경이 나빠질 것으로 염려를 하고 있다"며 "시위대 운집으로 인한 소음도 상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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