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의 6월 마지막 A매치 평가전인 이집트전 의미가 점점 줄어드는 분위기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4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집트와 평가전을 치른다. 이번 이집트전은 벤투호의 6월 A매치 4연전 중 마지막 경기다.
앞서 치른 브라질(1대 5 패배), 칠레(2대 0 승리), 파라과이(2대 2 무승부) 3연전은 올해 11월에 열리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우루과이를 겨냥한 모의고사성 경기였다. 이번 이집트전은 가나를 염두에 둔 평가전이다.
당초 대한축구협회(KFA)는 이번 4연전의 마지막 상대로 아르헨티나와 접촉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가 영국, 이스라엘, 호주 등에서 A매치 일정을 보내면서 한국 방한을 거절했다. 이로 인해 KFA는 아르헨티나 대신 이집트를 택했다.
이집트전은 경기 전부터 흥행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평이 따랐다. 가나전을 대비해 가상 상대로 비슷한 스타일을 구사하는 세네갈, 카메룬이 거론됐지만 막판에 이집트로 급선회됐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손흥민과 함께 공동 득점왕을 차지한 모하메드 살라(리버풀)와의 장외 맞대결에 초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시작 전부터 김이 빠지는 모양새다. 살라가 부상으로 이번 경기 출전에서 제외됐다.
살라의 방한은 애당초 쉽지 않아 보였다. 살라는 지난 5월 햄스트링 부상을 입어 컨디션 난조에 시달렸다. 지난 6일 기니와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예선 첫 경기를 소화했지만 휴가를 떠났다. 지난 10일 열린 에티오피아와의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고, 결국 한국과 평가전도 뛰지 않고 쉬기로 결정했다.
살라 외에도 이집트 대표팀의 핵심 미드필더인 모하메드 엘네니(아스널), 마흐무드 트레제게(바샥셰히르), 수비수 아흐메드 헤가지(알 이티하드)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빠진다.
주축 선수들이 빠지면서 이집트가 한국의 스파링 파트너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FIFA 랭킹 32위인 이집트는 핵심 전력의 공백 속에 지난 10일 FIFA 랭킹 140위 에티오피아와 네이션스컵 예선에서 0대 2로 패배하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 12일 전세기를 타고 입국하는 등 장거리 원정에 따른 피로까지 감안한다면 온전한 경기력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와 관련해 벤투 감독은 13일 기자회견에서 “(이집트에) 결장 선수가 많고 최근엔 감독도 바뀌어 예측이 어렵다. 우리 스타일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상대 팀을 볼 때 유명한 선수만 보지 않는다. 팀적으로 어떤 모습을 보일지 본다. 상대도, 우리도 주요 선수들이 결장한다. 하지만 월드컵을 준비하는 또 하나의 경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흥행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이집트전 티켓은 판매를 시작 직후 5분 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살라가 결장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취소표가 속출했고, 중고나라와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이집트전 티켓을 원가 이하에 판매한다는 글이 수백 건이 넘게 올라오고 있다.
이집트전 예매를 실패했던 리버풀팬 정(32)모씨는 “손흥민도 보고 싶었지만 한국에서 살라를 내가 볼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있겠는가. 티켓 오픈 직후 예매에 실패해서 계속해서 틈틈이 취소표를 노리고 있었다”라며 “하지만 살라가 경기에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예매할 이유가 없어졌다. 대표팀의 경기를 보는 것도 좋겠지만, 살라가 없다면 굳이 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