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2’·‘헤어질 결심’ 흥행 이끄는 n차 관객들

‘탑건2’·‘헤어질 결심’ 흥행 이끄는 n차 관객들

기사승인 2022-07-15 06:00:25
n차 관람 열풍의 중심에 선 영화 ‘탑건: 매버릭’(왼쪽)과 ‘헤어질 결심’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CJ ENM

극장가에 이변이 일어났다. 국내에 어마어마한 팬덤을 거느린 마블의 대표 프랜차이즈 영화 ‘토르: 러브 앤 썬더’(감독 타이카 와이티티)가 개봉 일주일 만에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내려앉은 것이다. ‘토르: 러브 앤 썬더’를 꺾은 건 지난달 22일 개봉한 영화 ‘탑건: 매버릭’(감독 조셉 코신스키). 개봉한 지 보름을 훌쩍 넘은 영화가 최신작을 밀어낸 셈이다. 지난달 29일 개봉한 영화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 역시 차근차근 관객을 모으며 개봉 1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했다. ‘탑건: 매버릭’과 ‘헤어질 결심’의 재도약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비결은 영화계 새로운 성공 열쇠로 떠오른 ‘n차 관람객’에 있다.

n차 관람객은 같은 영화를 여러 번(n번) 관람하는 관객을 뜻한다. 말 그대로다. 영화를 다회 관람하며 입소문을 이끈다. 현재 상영 중인 영화 중에서는 ‘탑건: 매버릭’과 ‘헤어질 결심’이 n차 관람 열풍을 일으키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CGV에 따르면, 개봉 후 일주일간 ‘탑건: 매버릭’을 2회 이상 관람한 n차 관람객 비중은 전체 관객 중 4.1%에 달했다. 일반 영화의 개봉 첫 주 n차 관람객 평균 비율인 2.4%를 크게 웃돈다. ‘헤어질 결심’은 3.3%였다. 메가박스가 멤버십 가입 관람객으로 산출한 자료에 따르면 ‘탑건: 매버릭’의 2회 이상 재관람률은 9%, ‘헤어질 결심’은 8%다. 롯데시네마는 개봉 시점부터 현재까지 다회 관람객 비중을 추산한 결과 ‘탑건: 매버릭’은 5.1%(평균 관람횟수 2.4회), ‘헤어질 결심’은 4.1%(평균 관람횟수 2.3회)로 집계됐다(멤버십 가입 유료관객 기준).

특별관과 함께 날아오른 ‘탑건: 매버릭’

영화 ‘탑건: 매버릭’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탑건: 매버릭’은 항공 액션, ‘헤어질 결심’은 멜로를 다뤘다. 장르도 다른 두 영화는 어떻게 n차 관람객을 모았을까. ‘탑건: 매버릭’은 특별관이 입소문을 탔다. 경기 수원에 거주하는 이하나(33)씨는 특별관에 매료돼 ‘탑건: 매버릭’을 2회 관람했다. 이씨는 “4D관 평이 좋아 도전해봤는데 생각보다 더 재밌었다”면서 “다른 포맷으로도 재관람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CGV가 제공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CGV에서 4DX나 스크린X 등 기술 특별관에서 ‘탑건: 매버릭’을 본 관객 비중은 39.4%에 달한다. 

특별관이 입소문을 탄 만큼 관람 비율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탑건: 매버릭’은 ‘토르: 러브 앤 썬더’ 개봉 후 특별관을 내줬으나, ‘토르: 러브 앤 썬더’에 혹평이 이어지며 다시 특별관 상영을 시작했다. ‘탑건: 매버릭’의 홍보를 담당한 호호호비치 이채현 대표는 “극장에서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극강의 체험이 강점”이라면서 “훈련과 전투를 거치며 인물들이 세대 차를 극복, 소통하고 성장하는 이야기가 중장년층과 젊은 층에게도 통하며 n차 관람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에 잉크가 퍼지듯 서서히 물든 ‘헤어질 결심’

영화 ‘헤어질 결심’ 스틸컷. CJ ENM

‘탑건: 매버릭’이 화려한 화면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면, ‘헤어질 결심’은 깊은 여운으로 관객들의 일상을 ‘붕괴’시켰다. 서울에 거주 중인 최나은(36)씨는 매 장면을 탐구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최씨는 “오랜만에 보는 영화다운 영화다. 여러 장치가 숨겨져 있어 이를 해석하는 재미가 크다”면서 “볼수록 서래와 해준의 감정이 더 공감되고 몰입감도 커진다. 재관람을 통해 작품의 여운을 한 번 더 느끼고 싶어 ‘n차’를 찍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에 담긴 수많은 상징을 두고 관람객끼리 각자 해석을 내놓거나, 박찬욱 감독이 인터뷰나 해설에서 직접 밝힌 연출 요소들이 퍼지며 자연스럽게 다회 관람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한 영화 관계자는 “볼 때마다 새로운 것들이 보이는 작품이다. 곱씹으며 볼 수 있어 n차 관람하기에 딱”이라면서 “같은 장면을 계속 보는 개념이 아니라 볼 때마다 새롭게 느끼는 부분이 생긴다”며 n차 관람 열풍의 이유를 짚었다.

김예슬 기자 ye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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