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부터 ‘고대도 귀츨라프 축제’ 열어
- 조용한 섬에 ‘믿음의 씨앗’ 뿌려
- 한국섬진흥원, 7월 '이달의 섬' 선정
- 특별한 역사와 문화적 가치 갖고 있는 섬
- 물 빠지면 갯벌엔 온갖 기암괴석 드러나
- 특별한 게 없어 ‘특별한 섬’
바지락 바지락...
물 빠진 갯벌에서 쉴 새 없이 호미가 움직이며 바지락을 캔다.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고대도리 물 빠진 고대도 갯벌에서 민박을 운영하는 김혜경(66)씨를 만났다. 작은 호미로 갯벌을 뒤집으며 바지락 잡이에 여념이 없다. 잠시 후 먹을 만큼 바지락을 캐온 김 씨는 시원한 바지락 국과 소라를 삶아 바다향 가득한 한 상을 뚝딱 차려 내놓는다. 고대도에서 나고 자란 김 씨는 10년 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남편과 함께 인심 좋은 고향으로 내려와 구순의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고대도는 면적이 0.88㎢에 불과한 작은 섬이다. 2022년 7월 현재 108가구 204명의 주민이 선착장주변 한 마을에 옹기종기 모여 산다. 예로부터 수산자원이 풍부해 보령시가 품은 섬 중에서 가장 부유함을 자랑했다. 그래서인지 관광지 개발에도 조급함이 없다.
선착장과 마을 그리고 장벌이라 불리는 갯벌이 전부일 만큼 생활 터전 역시 간단명료하다.지금도 주민들은 어구를 손질하거나 장벌에 숨은 바지락, 고동, 소라를 캐어 소득을 올린다. 찬바람이 불면 굴이나 부류식 김 양식도 많이 한다.
조용히 쉴만한 섬
태안해안국립공원으로 지정된 고대도는 섬 어디에서나 손쉽게 조개나 굴 채취가 가능하고 물속이 환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깨끗한 청정해역이다.
또한 마을에서 조그마한 언덕을 넘어가면 기암괴석과 노송으로 둘러싸인 당너머해수욕장, 해안길 따라 섬의 남쪽 끝머리에는 선바위(돛단여)와 아담한 크기의 자갈해수욕장이 있다. 마을 내에는 현대식 건물과 오랜 가옥들이 뒤섞여 있지만, 고대도 특유의 소박한 정서와 따뜻함은 어디에나 깊게 배여 있다.
고대도는 길 따라 섬 한 바퀴를 돌아도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인근 삽시도나 원산도처럼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섬이 아니다. 귀츨라프 선교지라는 것 외에는 특별히 볼거리나 자랑거리도 없다. 그래서 때 묻지 않은 고대도는 어디를 가나 조용하고 마을 어르신들도 객지 손님을 정답게 맞아준다. 특별한게 없어서 특별하게 좋은 힐링 섬이다.
단 물 빠진 갯벌에는 다양한 형태의 바위들이 보는 위치에 따라 사자나 닭, 코뿔소, 이구아나, 새 등으로 보여 나만의 형상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고대도에서 하루 숙박을 한다면 아름다운 일몰과 일출도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개신교 전래지
행정안전부와 한국섬진흥원은 지난 7월 1일 “고대도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들어온 개신교 선교사 ‘칼 귀츨라프(Karl Friedrich August Gutzlaff)’가 지난 1832년 7월 25일 입도했다.”면서 “우리나라 근현대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보령시 고대도를 7월 ‘이달의 섬’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충청남도는 “1832년 우리나라에 최초로 들어와 섬에 머물며 주민에게 서적과 약품을 나눠주고 포도주 재배법을 전파한 개신교 선교사 칼 귀츨라프를 기념해 2014년부터 매년 7월 칼 귀츨라프의 날을 제정해 기념행사를 열고 있다”면서 “근현대사적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1832년 7월 충남 보령 앞 고대도 안항이라는 곳에 범선 한 척이 정박했다. 길이 46.5m, 깃대 높이 34.1m의 507t급 이양선 로드에머스트호였다. 이 배는 영국 국적 통상요구선이었다. 폭 9m 세곡선이 고작이었던 ‘조용한 아침의 나라’ 조선 섬 주민에겐 경천동지할 사건이었다.
그 통상선엔 특별한 인물이 타고 있었다. 한국 최초의 개신교 선교사인 독일출신의 칼 귀츨라프(1803∼51)였다. 귀츨라프는 탐사선의 선의(船醫)이자 통역이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은 조선과 일본 백성의 구령과 해상 복음 루트 개발을 위한 미션을 품고 있었다.
이처럼 고대도는 우리나라 최초의 개신교 전래지다. 선교사 귀츨라프를 기념하기위해 보령시와 칼 귀츨라프학회의는 귀츨라프 일행이 고대도에 닻을 내렸던 옛 항구에 기념공원을 조성하고 칼 귀츨라프 기념비를 세웠다.
고대도 김흥태 이장(61)은 “고대도 선교센터에는 칼 귀츨라프가 타고 왔던 로드 애머스트호(Lord Amherst) 모형, 편지, 한글번역 주기도문, 다양한 사진 등이 전시돼 있으며 예배와 학술회 등을 가질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있다.”면서 “현재 30여 명의 교인이 신앙생활을 하고 있으며 선교센터에는 기독인 방문객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한다.
25일부터 귀츨라프 축제
귀츨라프가 고대도에 도착한 7월25일을 기념하여 고대도 주민들은 이날을 귀츨라프의 날로 정하고 9년째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는 31일까지 1주일간 귀츨라프 축제를 열고 국제학술대회, 국제영화제, 현장탐방, 기념콘서트 등을 진행한다.
김동일 보령시장은 “고대도는 특별한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갖고 있는 섬” 이라며 “이번 축제 및 영화제에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와 주시길 바라며 고대도 지역사회가 크게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기념공원에는 1832년 한국에 온 최초의 개신교 선교사 칼 귀츨라프 선교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그가 한문으로 된 주기도문을 한글로 번역을 시도한 것을 기념해 기단의 왼쪽에는 영어로 Lord’s Prayer를 음각하였고, 오른쪽에는 “ㄱ ㄴ ㄷ ㄹ ㅁ ㅂ”이 새겨져 있다.
또 기념비 왼쪽에는 ‘보령시 칼 귀츨라프 학회’는 “그가 우리를 깨웠고 이젠 우리가 그를 깨운다”는 비석을 세웠다. 비문에는 칼 귀츨라프의 선교사 및 문화 중개자로서의 업적을 ▲최초로 한국에 온 개신교 선교사 ▲최초로 한글 주기도문 번역 시도 ▲최초로 한문성경과 한문 전도서적의 전달 ▲최초로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체계적으로 소개 ▲최초로 서양 감자 파종 ▲최초로 서양 선교사로서 서양 근대의술을 베풂 ▲동북아시아를 위한 최초의 체계적 선교전략 구상 등의 글귀가 새겨져 있다.
기념비의 오른쪽에는 2016년 7월 25일 귀츨라프 한국 선교 184년을 기념해 고대도에 세운 조형물이 있다. 스페인 설치미술가 후안 갈레이사발의 작품 '칼 귀츨라프, 베를린 그리고 고대도'로 작가가 고대도 현장에 와서 설치했다.
고대도 선교센터장 박상석 목사는 “고대도 섬 둘레가 4.3km에 이른다. 해변을 따라 순례길을 조성해 군데군데에 칼 귀츨라프 선교사를 비롯한 선교사들의 면면을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을 아름답게 만들어 선교역사를 한눈에 조명할 성지로 꾸몄으면 좋겠다.”면서, “주민들과 함께 고대도 뉴딜사업 추진 중이다. 해양수산부와 문화관광부로부터 국비 지원이 확정돼 대대적인 선교관광 프로젝트가 펼쳐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보령=글·사진 곽경근 대기자 kkkwak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