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지도부를 비상대책위원회로 전환하기 위해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비대위 전환을 위한 당헌‧당규 유권해석 결정에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는 현 상황에 대해 주류를 형성하려는 세력과 견제 세력 간 갈등이라고 바라봤다.
5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병수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은 3일 국회 소통관에서 비대위 전환을 위해 당헌‧당규 유권해석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상임전국위원회에서 당내 비상상황에 대한 해석과 당대표 직무대행의 비대위 선출 권한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전국위에서 비대위원장을 선출하게 된다. 상임전국위는 금일 열리며 전국위는 9일 열린다.
지난 1일 의원총회에서 김웅 의원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88명의 의원이 비상상황이라고 총의한 가운데 당내에선 이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헌‧당규 해석이 잘못됐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최재형 의원은 3일 페이스북에 “비상상황 내용이 무엇인지 정리돼야 비대위의 적법성이 담보되고 비상상황 종료 여부에 따라 비대위 존속기간도 정할 수 있다”며 “원내대표와 당대표 직무대행의 동시 업무수행이 과중하더라도 그 자체로는 비상상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조해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은 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대표를 편법으로 몰아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은 국민의힘 당헌 일부개정안을 전국위에 제출하겠다고 설명했다.
조 의원은 “윤리위 징계로 당대표 직무를 정지시키고 비대위 출범 기회로 당대표를 쫓아내는 건 편법 꼼수다”라며 “우리 정치사회에 없던 새로운 정치공작이다”라고 밝혔다.
하 의원 역시 “이미 우리는 이 대표를 궐위가 아닌 사고로 규정했다”며 “젊은 당대표를 몰아내기 위해 억지 당헌 개정까지 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조 의원과 하 의원이 발표한 일부개정안은 ‘비대위 설치 시 최고위원회는 즉시 해산되고 비대위는 최고위 기능을 수행한다. 다만 당대표 사고 시는 위 규정이 당대표의 지위를 해하지 않는다’ 등이 내용이다. 기존 국민의힘 당헌 96조에서 이 대표가 복귀할 방안을 직접적으로 명시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4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비대위 전환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라며 “불만이 있는 의원들이 있는 걸로 아는데 의원총회에서 직접 의사 표현 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김웅 의원처럼 반대하지 않았지만 누군가가 가처분 신청을 한다면 (비상상황을) 반대하려고 생각했던 의원들도 조금 더 본격적으로 행동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국민의힘 현 상황을 주류를 형성하려는 세력과 견제 세력의 갈등이라고 바라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주류를 형상하려는 새 세력과 이를 탐탁지 않아 하는 세력 간의 갈등이 이 대표라는 상징을 통해 드러나는 거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헌‧당규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에 대해 “민주적 정당에서 제기될 수 있는 문제는 맞다”며 “비정상적인 상황은 아닌 거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려할 점은 (당 비상상황이) 의총에서 결정된 사항이다”라며 “의총에서 결정된 걸 무시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지도 문제인 거 같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런) 법적 해석 문제는 사법부에 맡기는 게 맞다”며 “그러나 사법부는 정당 내부 문제에 개입하려 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