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CEO 교체시즌...외풍에도 흔들림 없다

금융권 CEO 교체시즌...외풍에도 흔들림 없다

조용병·손태승·손병환 임기 종료 앞둬
실적 우수하지만 정치적 변수 존재
CEO 육성·승계프로그램 외풍 차단막이로 작용

기사승인 2022-09-24 06:00:02
왼쪽부터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그룹 회장

“옛날처럼 정권에서 CEO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기 쉽지 않다. 지금은 CEO승계프로그램이 있어서 평소 관리 대상인 후보군에서 CEO를 선임하게 된다”
(금융그룹 한 임원)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의 교체 시즌이 다가왔다. 신한금융·우리금융·농협금융 등 수백만 소비자의 재산을 맡아 관리하는 금융사 CEO의 임기가 내년 3월말까지 순차적으로 종료된다. 오너가 없는 금융사의 회장 선임을 앞두고 금융권에서는 벌써부터 외풍과 관련한 소문들이 들려오는 상황. CEO육성·승계프로그램은 이러한 외풍으로부터 금융사의 안정적인 지배구조 확립에 일조하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2월 31일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시작으로 내년 3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임기가 종료된다. 

실적을 기준으로 봤을 때 각 금융그룹 회장들의 연임 가능성은 밝은 상황. 손병환 회장의 경우 취임 첫해인 지난해 2조 291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32% 증가한 규모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성적표다. 올해도 상반기 1조 3505억원의 순이익을 거둬들여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농협금융이 통상 회장의 2+1년 임기를 보장하는 것도 연임을 뒷받침한다.

3연임에 나서는 조용병 회장의 분위기도 나쁘지 않다. 연임 첫해 당기순이익은 3조 4146억원으로 전년 대비 0.3% 성장에 그쳤지만 다음해 4조 193억원으로 17.7% 증가했다. 올해에는 상반기 당기순이익이 2조 7208억원으로 사상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그동안 조 회장의 연임 걸림돌로 작용한 채용비리 혐의도 대법원의 최종 무죄 판결로 사라졌다.

손태승 회장의 연임 첫해 실적은 다소 저조했다. 첫해 당기순이익은 1조 3070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30.2% 감소했다. 하지만 다음해 2조 5879억원을 달성해 98%의 기록적인 순이익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에도 전년 대비 24% 증가한 1조 761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연임 변수로 떠오른 ‘윤석열 정부’ 

실적을 제외할 경우 세 회장들의 연임에 공통적인 변수는 새 정부 출범이다. 손병환 회장과 조용병 회장, 손태승 회장은 모두 문재인 정부 시절 선임되거나 연임에 성공한 인물이다. 새 정부 들어서 금융공기업에 불고 있는 인적쇄신 바람이 민간 금융사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이와 관련해 금융권에서는 벌써부터 각종 루머가 만연한 상황. 

금융권 관계자는 “새 정부가 정책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민간 금융사들이 뒤에서 잘 지원해 줘야 한다”며 “새 정부 입장에서 금융사 수장에 자신들과 코드가 맞는 사람이 자리하길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벌써 금융권에는 누가 호남 라인이라는 평가를 받아 정권에 찍혔다거나 차기 회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정부에 줄을 대고 있다는 등 다양한 소문이 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금융권에 낙하산 인사라고 평가 받는 인물들은 끊이지 않았다. 현 윤종규 KB금융회장이 자리하게 된 계기가 낙하산 인사에서 시작된 지주회장과 행장의 내부 권력 다툼으로 평가되며, 현 BNK금융지주 회장은 취임 당시 부산은행 노조의 ‘낙하산 인사’ 지적을 받았다. 특히 금융공기업의 경우 금융정책 실행기관이라는 특성에 따라 친정부 인사가 줄 곳 차지해 왔다. 문재인 정부 당시 임명된 현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문 정부의 경제수석 출신이다. 

여기에 손병환 회장의 경우 농협금융 회장이 전통적으로 정부와의 소통창구 역할을 해왔다는 점이 부담이다. 농협금융의 모회사인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새 정부와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금융그룹 회장에 친정부 인사를 받아들일 가능성도 존재한다.

◇ 외풍 바람막이 ‘육성·승계 프로그램’

다만 과거와 같이 정부의 일방적인 내려꼽기식 낙하산 인사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각 회사들이 CEO 육성․승계 프로그램을 잘 갖추고 있어 낙하산 인사가 끼어들 틈이 적다는 것. CEO 육성·승계 프로그램은 차기 CEO 선임을 위해 평소 후보군을 관리하고, 선임 절차를 사전에 명문화해 둔 제도다. 이 제도는 KB금융이 KB사태를 계기로 본격 도입하기 시작해 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 CEO선임 과정의 투명성 확보와 이사회의 독립성 제고 등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만들면서 전 금융권으로 확대됐다.

금융그룹 관계자는 “평소 내외부 후보군을 선정하고 관리하고 있다. 후보군을 대상으로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시작되면 차례로 후보군을 줄여가면서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평소 후보군에 없던 인물이 갑자기 회장 후보로 올라오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CEO 육성·승계 프로그램이 모든 외풍을 차단하는 것은 아니다. 후보군에 포함된 인물이 외부 조력을 받는 부분까지는 막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외부 인물보다는 내부 인물을 중심으로 후보군이 육성되면서 금융사의 순혈주의가 강화된다는 단점도 가지고 있다.   

금융그룹 관계자는 “CEO 승계 과정에 외부 인물이 갑자기 난입하기는 어렵지만 후보군에 포함된 인물이 정권의 도움을 받아 급부상할 수 는 있다”며 “그룹 내부 비리 제보나 당국의 징계 등이 그러한 과정에서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금융그룹 회장의 연임을 법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정치권 목소리도 이들의 연임에 공통된 부담이다. 금융사의 채용비리, 횡령 및 배임, DLF사태 등 각종 사건이 발생하는 배경에는 회장의 제한 없는 연임과 이를 가능하게 권한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연임을 대비해 단기 실적을 위한 무리한 운영이나 각종 인사·청탁에 관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국회에는 현재 금융그룹 회장의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연임제한법이 발의된 상태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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