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변동금리 대출을 낮은 수준의 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주는 정책금융 상품이 나온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 한계기업 지원에 애꿎은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 다만 이번 안심전환대출 재원을 책임지는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세금과 해당 정책상품의 재원은 성격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2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을 통해 오는 30일부터 6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안심 고정금리대출’이 출시된다. 기업은행이 4조원, 산업은행이 2조원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번 정책상품은 고정금리대출의 적용금리를 변동금리대출 금리와 같아지는 수준까지 최대 1.0%포인트 감면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예컨대 신용등급 AA+인 중소기업이 기업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 시설담보부 대출 10억원(담보비중 70%)을 5년 만기로 고정금리 6.3% 변동금리 5.3%가 산출됐다면, 고정금리를 변동금리 수준인 5.3%까지 1.0%포인트 감면·적용해주는 것이다.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간의 이동도 자유롭다. 6개월 주기로 변동금리와 고정금리 간 전환이 가능하며, 전환 횟수에 제한이 없다. 중소기업은 향후 금리 변동에 따라 유리한 금리형태를 선택할 수 있다. 당국은 이 상품을 이용하는 차주가 평균 0.92~1%포인트 안팎의 금리를 감면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당국은 기존 대출을 갈아타는 목적뿐만 아니라 신규 용도의 안심 고정금리대출도 허용하기로 했다.
당국의 ‘중기 안심 고정금리대출’ 상품 출시 소식이 알려진 이후 온라인에서는 ‘세금 펑펑 쓰는 구나~’, ‘과거 정부에서도 한계기업에 이 정도로 돈 풀지는 않았다’ 등 세금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을 살리는 데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융권에서도 중소기업에 대한 이자지원이 한계기업 ‘폭탄 돌리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권과 정부의 입김 속에 대출 만기 연장과 이자 지원 등의 방안이 기업의 구조조정을 가로막고, 선제적 산업재편을 늦춰 산업 경쟁력은 물론 위험 전이에 따른 금융산업의 수익성까지 악화시킨다는 우려다.
여기에 앞서 출시된 주택담보대출 대상 안심전환대출의 경우 정부가 담당 기관인 주택금융공사의 자본 확충을 위해 추가경정예산에 1090억원을 편성하는 등 세금이 투입되는 모습을 보여 세금 불만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이번 정책 상품 출시를 위해 세금이 투입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은행의 자체 재원을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지원한다는 설명이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세금과 은행 재원은 엄연히 다르다. 은행에서 세금 지원을 받았을 경우 회계처리상 금리 감면분에 대한 손실이 정부의 보전금으로 충당되지만 이번 상품의 손실은 은행의 순이익에서 차감된다”며 “이번 정책상품에 정부의 세금이 들어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넓은 의미에서 국책은행이 국가 소유이고, 기업은행 등의 경우 은행 수익의 대부분이 배당을 통해 정부에 귀속되는 만큼 결국 세금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책은행은 이 부분에 대해 국책은행의 출범 취지를 이해해달라고 말한다.
다른 국책은행 관계자는 “기업은행이나 산업은행 모두 국내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은행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본연의 역할”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서는 국민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