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과반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직무성과급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 반대 의견을 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일 한국노총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스티아이에 의뢰해 지난달 25~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0.7%는 직무성과급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33.3%는 찬성, 16.0%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직무성과급이 실제 노동 현장에 도입되더라도 지금의 임금 격차에 해소에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 응답은 58.6%에 달했다. 30.5%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0.0%였다.
‘연공(여러해 근무한 공로)급 임금체계’에 대한 생각을 묻는 항목에는 찬성 42.8%가 반대 28.4%보다 높았다.
연공급 임금체계에 대한 선호 현상은 실제 생활비 중 식료품비, 주거비, 교육비, 의료비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아직은 생애주기별 임금이 반영되는 연공급 임금체계를 선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응답자 중 임금노동자(466명)로 한정하면 직무성과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더욱 높아졌다. 조사 결과 임금노동자의 58.4%가 직무성과급 도입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임금노동자의 65.9%는 직무성과급제 도입이 임금 격차에 해소에 도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윤석열 정부는 매년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는 연공서열식 호봉제를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 체계로 개편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연공형 임금체계는 직원의 역할이나 성과보다 해당 기업에 얼마나 오래 다녔는지를 기준으로 임금 수준이 책정된다. 근속 1년 미만과 30년 이상 근로자의 임금 차이는 2.87배로, 연공성이 높다는 일본(2.27배)과 비교해도 높다.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현재 과도한 연공급은 기업의 인건비를 부담시켜 고령 근로자의 고용 불안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인식이다.
이정식 고용장관은 지난 6월24일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 브리핑에서 “성과와 연계되지 않는 보상시스템은 공정성을 둘러싼 기업 구성원 간 갈등과 기업의 생산성 저하, 개인의 근로의욕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장년 근로자가 더 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임금체계의 과도한 연공성을 줄여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노총 김동명 위원장은 “임금의 주체인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의견을 무시한 채 추진되는 직무성과급에 우려를 표한다”며 “한국노총이 임금불평등 해소를 위해 산별임금체계, 공동교섭 등의 새로운 대안 및 방안 모색을 통한 노력을 통해 임금 불평등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