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동해상 북방한계선(NLL) 이남 우리 영해 근처로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다. 북의 미사일 도발로 경북 울릉군이 공습경보 발령이 내렸지만 발령 25분이 지나서야 주민들에게 대피 안내 문자를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군은 지하시설 등으로 대피하라고 안내했지만 대피소를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즉각 대응해 이날 오전 8시55분께 울릉지역 일대에 공습경보를 발령했다.
행안부는 “주민보호를 위한 비상대응 체계를 즉각 가동했다”며 “향후 행안부, 합동참모본부, 경북도, 울릉군이 상호 긴밀히 연락하면서 주민 대피 시설과 민방위 경보시설을 점검하고 비상상황 발생 시 주민들이 즉시 대피하도록해 북의 어떠한 위협이 있더라도 주민 보호에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사이렌만 울렸을 뿐 상당수 주민은 공습경보를 알리는 안내 방송이 없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상당수 주민은 TV뉴스 속보 등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도발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이렌은 울리고야 울릉도 알리미 알람이 왔다” “사이렌만 계속 울려서 지진난 줄 알았다” “뉴스보고 알았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대피안내 문자는 공습경보가 발령된지 25분이 지나서야 나왔다. 군청이 주민들에게 대피를 알리는 문자를 보낸건 이날 오전 9시19분37초다. 이날 오전 9시만해도 뉴스에서 관련 속보가 쏟아졌다.
공습경보가 발령되면 어디로 대피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도 많았다.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 “주민들 어디로 대피할지 몰라서 멀뚱멀뚱 있었다”고 전했다.
울릉도에 부모님이 계신다는 한 누리꾼은 커뮤니티에 “경보가 났다는데 대피소를 모르신단다”라며 “다행히 지금은 별 일 없지만, 여기에 포탄 떨어지면 다 죽는 수밖에 없다고 하시더라”라고 말했다. 온라인에는 “공습경보 때문에 대피소가 어디 있는지 궁금해졌다” “예상치 못한 사건, 사고가 많아 미리 알아두는게 좋을 듯”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행안부는 국민재난안전포털, 안전디딤돌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내 주변 대피소 찾기와 비상 시 행동요령 등을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울릉군 내 민방위 대피소를 검색하면 8곳 모두가 울릉군 남동쪽에 위치한 울릉읍에 위치해 있다. 서면, 북면 지역과는 거리가 멀다.
울릉군 현포리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KBS와의 인터뷰에서 “뒤늦게 대피 방송이 나왔지만 마을 내 대피할 수 있는 대피소도 없어 답답한 상황이 계속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북한은 동해상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고, 이중 1발은 동해 NLL 이남 공해상에 탄착됐다. 군 당국은 탄착 지점은 NLL 이남 26km, 속초 동방 57km, 울릉도 서북방 167km 이라고 밝혔다. 미사일 방향이 울릉도 쪽이었기 때문에 민방공 시스템을 통해 울릉군에 자동으로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아래는 행안부가 안내하는 민방공 경보 발령시 행동요령이다. 민방공 경보는 적의 항공기나 미사일 등에 의한 공격이 예상되거나 공격 중일 때 그 사실을 국민들에게 신속히 전파하기 위한 것이다.
경계경보(적의 공격이 예상될 때) 시 사이렌으로 1분간 평탄음이 들리며 △즉시 대피할 준비를 하고 어린이와 노약자는 미리 대피 △대피시 가져갈 비상용품 미리 준비 △대피 전 화재·폭발 위험이 있는 가스와 전원 차단 △화생방공격에 대비해 방독면 등 개인보호 장비 점검 △영업장에서는 영업 중단하고 손님들에 경보 전달 및 대비 안내 등 행동해야 한다.
공습경보(적의 공격이 임박하거나 진행 중일 때) 시에는 사이렌이 3분간 파상음을 내며 △대피소나 지형지물을 이용해 신속하고 질서있게 대피 △영업장에서는 영업을 중단하고 손님들에게 대피 안내 △운행 차량은 공터나 도로 우측에 정차 후 대피 △대피 시에는 화생방공격에 대비해 보호장비 착용 △야간에는 모든 전등 소등 후 대피 △대피소에서는 질서를 지키고 정부안내(방송)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