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다니는 길인데…성폭행범 박병화 떠나라” 엄마들 분노

“아이 다니는 길인데…성폭행범 박병화 떠나라” 엄마들 분노

박병화, 출소 후 나흘간 두문불출
화성시민들 “지역 무시하는 법무부는 각성하라”

기사승인 2022-11-03 16:24:59

“아이들끼리 오고 가는 길에 산다는데 불안해서 살겠어요?”

‘수원 발발이’로 불리는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40)가 출소 나흘째를 맞은 가운데 거주지인 경기 화성시 봉담읍 대학가 원룸 앞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퇴거 요구 집회가 이어졌다. 인근 지역에 어린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한 입으로 “박병화는 즉시 퇴거하라”고 소리쳤다. 
3일 오후 2시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대학가의 한 원룸 앞에서 지역 주민들이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의 퇴거를 요구했다. 사진=임지혜 기자

3일 오후 2시 화성시 화산동 사회단체협의회, 화산동통장단협의회, 화산동주민자체협의회와 주민 일부는 집회를 열고 “불안해서 못살겠다”며 “화성시를 무시하는 법무부는 각성하라”고 소리쳤다.

영유아와 청소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집회에 대거 참석했다. 박씨의 거주지에서 걸어서 10분도 채 안 걸리는 곳에 있는 초등학교에 아이를 보내는 학부모들도 집회 현장을 찾았다. ‘내일의 피해자 내 딸이 될 수 있다’ ‘재범률 높은 성폭행범 대학가가 말이되냐 법무부는 각성하라’ 등의 피켓을 든 이들의 얼굴에는 걱정과 분노가 서려 있었다.  

조윤행 화산동 사회단체협의회 회장은 “화성시민들은 연쇄 성폭행범 박병화가 저질렀던 범행이 그대로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며 “학부모들의 불안감과 공포, 분노는 극에 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범죄자의 거주 자유는 보장하면서 선량한 시민이 안전하게 살 권리는 왜 보장받지 못하는가”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씨의 거주지 인근에 어린이집 입소 대기 중이라고 밝힌 주민 A씨는 박씨의 거주 사실에 분통을 터뜨렸다. A씨는 “(박씨 주거지 인근) 어린이집 대기 중인데 불안해서 보내겠나”라며 “인근에 공단이 있어 자녀를 둔 가정도 많이 살고 있다. 특히 맞벌이 가구가 많아 아이들끼리 이 길을 다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인근 초등학교에서 하교 후 홀로 있는 아동들이 이용하는 지역아동센터도 인근에 있다.  늦은 시각 혼자 집에 돌아가는 아이들이 범죄 위험에 노출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박씨는 오후 12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야간외출이 금지돼 있다. 

이어 “부모가 퇴근하기 전까지 집에 혼자 있는 아이도 많다. 원룸에 혼자 사는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던 박씨의 범행 전력을 생각하면 불안하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박병화 거주지 인근 길목 곳곳마다 그의 퇴거를 요구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임지혜 기자

집회가 끝나고도 학부모들은 발길을 돌리지 못했다. 몇몇 학부모는 “벌써 집회가 끝이냐” “겨우 이렇게 하고 끝난 것이냐”며 분노했다. 

화성시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중학생 딸을 둔 B씨는 “(연쇄 아동성폭행범 김근식 거주 예정지였던) 의정부 시장은 출소 전 길을 막는다하고 수원시장도 출소 전 법무부에 항의했다는데 화성시는 박병화가 전입신고를 마칠 때까지 대체 뭘 했나”라며 “만만한게 화성시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학부모들은 법무부와 화성시를 상대로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고 있다고 한다. 아이들을 범죄 위험에서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뿐이라는 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박씨가 화성시에 전입한 이후 인근 지역의 분위기는 뒤숭숭하다고 한다. 불안한 마음에 이제는 아이 등하교를 함께 하고 있다는 일부 학부모들도 있었다. 

박씨는 입주 나흘째인 이날까지 집 안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다. 화성 시민과 지역 단체들은 박씨가 지역을 떠날 때까지 퇴거 요구와 법무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이어간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박씨는 지난 2002년 12월~2007년 10월까지 20대 여성 10명을 상대로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징역 15년형을 받고 출소했다. 피해자 대다수가 자신의 거주지 인근 원룸에 홀로 살던 여성이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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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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