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버스 어디로 갑니까? 라고 물어보지 않고 마음대로 탈 수 있어서 좋고, 내 이름 석자를 다른 사람에게 써 달라고 하지 않아서 더 좋다”
올해 '경북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대상 수상자 권순희 할머니(79세, 안동)는 6일 “이제는 시인처럼 시도 쓰고 화가처럼 그림까지 그릴 수 있어 내 나이 80에 새로운 꿈도 생겼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름 석자도 몰랐던 ‘할매’가 배움으로 인생의 봄을 찾았다.
본인의 이름을 직접 쓰고 싶거나, 손자, 손녀에게 편지를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마련한 ‘성인문해교육’ 덕분이다.
이처럼 한글을 배우기 위한 늦깎이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인생의 꽃을 피우도록 지원하는 ‘문해교육’이 성과를 내고 있다.
경북도는 지난 4일 경북도청 안민관 다목적홀에서 ‘문해, 지금 나는 봄이다’를 주재로 ‘2022 경북 문해한마당’행사를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시화전 대상을 수상한 권순희 할머니를 비롯해 염춘옥(70세, 안동), 김미자(73세, 울진) 할머니 등 200여명이 함께했다.
‘글자 콩아 자라다오’의 시화로 대상을 수상한 권 할머니는 안동 용상평생교육원에서 ‘문해교육’을 받았다.
그는 “남편과 사별하고 최근 둘째 아들을 병으로 잃었지만, 한글 공부를 하며 삶에 대한 희망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시화 ‘울진에 놀러오세요’로 대상을 차지한 김미자 할머니는 울진군청 울진보배학교에서 ‘문해교육’을 이수했다.
“교양 있는 사람처럼 보이고 싶어 ‘누가 취미가 뭔가요?라고 물어보면 여행”이라고 대답한다는 그는 한글학교에 다니면서 “취미가 공부가 됐다”고 했다.
이후 자신도 모르게 자신감이 높아지면서 울진을 소개하는 작품을 시화로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안동도서관 글빛학교에서 문해교육을 받은 염춘옥 할머니는 “3년째인 올해 졸업반이 되면서 지금은 모든 것이 밝고 환하게 보여서 자신감이 생겼다”며 활짝 웃었다.
그의 출품작 ‘예정보다’는 “외출도 잘 하지 않았던 과거를 돌아보면서 생각한 것을 글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경북도는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도청 안민관 로비에서 경북 및 전국 성인문해 시화전 수상작 63점과 엽서쓰기 49점 등의 작품을 전시했다.
이들은 모두 70대 이상 고령자로써 전쟁과 가난, 남녀 차별로 인해 유년시절 학교 문턱도 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철우 지사는 “어르신이 살아오신 인생이 숙제였다면 지금부터의 삶은 축제로 사셨으면 한다”며 “도는 어르신들이 한글공부를 주춧돌로 삼아 평생 배움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동=노재현 기자 njh2000v@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