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행정예고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민주주의’와 ‘자유 민주주의’를 함께 사용하고, ‘성소수자’ ‘성평등’ 용어를 제외한 것을 두고 교육단체들은 엇갈린 반응을 내놨다.
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논평을 통해 “보수세력 입김만 반영한 교육과정 퇴행을 규탄한다”며 “신임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교과부 장관 시절 주장한 ‘자유민주주의’는 박근혜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을 거치며 사라졌으나 이 장관의 복귀와 함께 교육과정에서 되살아났다”고 비판했다.
전교조는 “역사 교과 교육과정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용어를 무리하게 끼워 넣으면서 문맥에도 맞지 않는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보수언론과 경제계의 요구에 부응해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꾸고 ‘기업의 자유’ ‘자유경쟁을 기반으로 한 시장경제’ 등을 슬그머니 끼워 넣어 교육과정을 과거로 회귀시킨 교육부는 이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덕 교과서에는 ‘성평등’이라는 지극히 당연한 용어를 ‘성에 대한 편견의 문제점’ ‘성차별의 윤리적 문제를 이해’ 등으로 에둘러 표현했다”며 “성별·연령·국적· 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받는 사회 구성원 등을 ‘사회적 소수자’라고 표현한 것은 차별의 범위를 넓히긴 했지만 ‘성소수자’라는 용어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성평등·성소수자·재생산권 등의 용어 자체를 금기시하는 것 자체가 차별이라는 게 전교조의 입장이다.
전교조는 “국민의 의견을 듣겠다며 교육부가 운영한 국민 참여 소통 채널과 공청회는 보수 세력의 입김을 반영하기 위한 요식 행위였다는 것이 드러났다”면서 “비상식적 의견이 주된 여론인 것처럼 포장돼 교육과정에 반영되고 있는데 이는 명백히 교육과정의 퇴행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교육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교총)은 개정 교육과정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교총은 이날 입장문에서 “자유민주주의 용어 명시는 헌법 취지를 존중한 것이고, 성평등 용어 제외는 사회적 합의가 먼저 필요하다는 국민 인식을 수용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다만 교총은 “성평등 용어는 제외했지만 양성평등 용어를 명확히 사용하지 않은 부분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며
“헌법과 양성평등기본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법률용어이자 사회적으로 합의된 ‘양성평등’이 명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생 6명을 포함 156명이 희생된 ‘이태원 참사’를 막기 위한 안전교육 강화에 대한 두 단체의 시각도 달랐다.
전교조는 “초등 1·2학년이 배우는 ‘슬기로운 생활’에 심폐소생술을 포함시키는 등 무리수를 두고 있다”며 “학교안전교육 7대 표준안에도 이미 생활안전 영역에 밀집 상황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태원 참사는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일어난 일이 아니다”며 “전문가들이 지적했듯 대규모 군중 밀집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질서유지에 필요한 인원을 배치하고 방향을 안내하며 차량을 통제하는 등 예방과 대비가 필요했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교총은 “이태원 참사를 고려해 다중밀집환경에서의 대처를 새로 포함하는 등 초·중등 안전교육을 강화한 것과 노동 편향적 관점이 아닌 시장경제와 기업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명시하는 등 균형있게 다른 부분, 특수교육 대상 학생에 대한 생활교육을 중시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교육부는 ‘초·중등학교 교육과정’과 ‘특수교육 교육과정’ 개정안에 대한 행정 예고를 실시했다.
가장 논란이 됐던 역사 교과에는 ‘민주주의’와 ‘자유민주주의’를 함께 쓰는 절충안을 택했다. 사회 교육에서는 시장경제의 기본원리인 ‘자유경쟁’ 등이 누락됐다는 지적을 반영했다.
연구진 시안이 공개됐을 때부터 논란이 됐던 사회‧도덕 교육과정의 성소수자와 성평등 표현은 삭제됐다. 또한 이태원 참사 이후 안전 교육에 대한 국민 의견을 반영해 체험·실습형 안전교육을 강화했다.
교육부는 29일까지 행정예고를 통한 의견 수렴 뒤 이를 반영한 최종안을 만들어 국가교육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친다. 학교 현장에는 2024년 초등 1‧2학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한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