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기 배제·대못질·보도간섭…언론 자유 향한 목마름은 계속

전용기 배제·대못질·보도간섭…언론 자유 향한 목마름은 계속

매 정권마다 권력-언론 긴장감 ... 외국도 갈등 잦아
8개 언론단체 “취재진 차별 없어야 국민 신뢰 받아”

기사승인 2022-11-11 16:55:22
2022년 6월 30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마친 뒤 귀국길에 공군 1호기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취재진 누구도 취재할 권리, 보도할 권리, 언론자유가 침해받거나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함께 지키고 실천할 때만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요구할 수 있을 것”


11일부터 4박6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 때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허용하지 않기로 한 것을 두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8개 현업 언론단체들은 물론 서울외신기자클럽(SFCC)에서도 “내외신 모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언론의 자유와 취재가 뜨거운 감자가 된 가운데 국내·외에서 정부와 언론이 갈등을 빚었던 사례는 그간 끊이지 않았다. 


전두환 정부와 언론 통폐합

1980년 11월 전두환 정권은 대대적인 언론 통폐합과 언론인 강제해직을 단행했다. 전국 64개 언론사를 신문사 14개, 방송사 3개, 통신사 1개로 통합했다. 인위적으로 언론을 통폐합하면서 언론인 1000명 이상이 해고조치를 당했다. 통폐합 이후에도 정권은 보도지침으로 언론을 통제했다. 오후 9시 뉴스 시보가 울리면 “전두환 대통령은~”으로 시작하던 이른바 ‘땡전뉴스’도 KBS와 MBC에서 5공화국 내내 계속됐다. 


노무현 정부와 기자실 대못질 사건

참여정부의 마지막 해인 2007년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을 두고 정부와 언론계는 첨예하게 대립했다. 고(故)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2007년 1월 국무회의에서 “기자들이 기자들에 죽치고 앉아 담합하며 기사 흐름을 쥐고 있다”고 발언한 후 각 부처 기자실을 통폐합하고 기자들의 공무원 개별 취재를 금지했다. 언론계는 반발했고 정치권까지 가세해 이념적 논쟁으로 전개됐다. 결국 취재지원시스템 선진화 방안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번복됐고, 대선 이후 원상복구됐다. 

2008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춘추관을 방문해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명박 정부와 프레스 프렌들리

이명박 전 대통령은 ‘프레스 프렌들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자신에게 유리하고 정권 입맛에 맞는 언론에만 친화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청와대가 대통령 발언을 축소하는 등 수정했다는 논란도 있었다. 당시 이동관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를 유리하게 왜곡해 전달하거나 일부 질문을 못하도록 막기도 했다. 이를 두고 ‘마사지'(대통령 발언 등을 유리하게 각색·왜곡)라는 표현을 썼다가 비판도 받았다. 


박근혜 정부와 공영방송 보도 간섭

박근혜 정권의 경우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해 세월호 관련 해경 비판 보도를 자제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폭로가 나와 논란이 됐다. KBS 보도에 대한 직접적인 개입을 한 사실이 인정돼 방송법을 위반했다는 확정 판결과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이 나오기도 했다. KBS와 MBC 사장이 바뀐 뒤 친정권 편향 방송에 저항하는 기자 PD들이 수백일 간 파업을 하는 등 몸살을 앓기도 했다.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가토 다쓰야 씨를 기소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도 언론 배제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18년 10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 취재 당시 통일부가 조선일보 탈북민 출신 기자를 다른 기자로 바꿔달라 요구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회담 당일 풀 취재단에서 제외했다. 당시 통일부 기자단과 한국기자협회, 국제언론인협회(IPI) 등의 항의 성명이 잇따랐다. 2019년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문 대통령이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이 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쓴 블룸버그통신 기자를 ‘검은 머리 외신’으로 표현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중간선거 다음날인 2018년 11월 7일(현지시간) 열린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CNN의 짐 아코스타 기자(맨 오른쪽 뒷모습)와 설전을 벌였다. 사진=AP, 연합뉴스

美도널드 트럼프와 CNN 백악관 출입금지 사태

미국에서는 백악관의 CNN 기자 출입금지 조치로 소송전까지 벌어졌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재임기간 진보성향 방송사인 CNN과 사사건건 충돌했다. 그해 11월7일 중간선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민자 정책 문제 등을 두고 CNN 기자와 트럼프 전 대통령과 언쟁을 벌였고 해당 기자는 백악관 출입을 정지당했다. 며칠 뒤인 11일 유럽에서 열린 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 때 에어포스원을 탔던 다른 기자들과 달리 CNN 취재진은 민항기를 타야 했다. 

이에 미국 언론들은 집단 반발했으며 비판의 목소리에는 보수성향의 폭스뉴스도 포함됐다. 이후 미 연방법원은 백악관에 CNN 기자에 대한 출입정지 조치를 즉각 해체하라고 명령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英보리스 존슨도 특정 언론 배제 

영국에서는 2020년 2월 당시 보리스 존슨 총리의 측근인 리 케인 소통 보좌관이 언론 브리핑을 앞두고 특정 매체 기자들의 참석을 금지해 논란이 됐다.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총리관저 측은 초청단 명단을 호명한 뒤 나머지 기자들의 브리핑룸 출입을 막았다. 인디펜던트·미러·허프포스트·폴리틱스홈 등 퇴장 요청을 받은 기자들은 물론, 브리핑룸에 들어갈 수 있었던 BBC·가디언 등 매체 기자들도 반발하며 집단으로 퇴장해 브리핑은 무산됐다. 당시 영국 언론들은 존슨 총리가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언론과 갈등을 빚으면서 “미국의 트럼프와 같은 길을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권마다 권력과 언론의 긴장은 늘 존재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진영 논리와 관계없이 주요 매체들은 ‘언론의 자유’를 강조하며 침묵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CNN 백악관 출입금지 사태 때 CNN과 대척점에 있는 폭스뉴스도 “백악관이 취재허가증을 무기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치권이 언론의 자유를 강조한 사례가 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북측이 조선일보와 KBS의 북한 방문을 불허하자 대통령 전용기에 모든 기자를 태우라고 지시해 취재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했다. 

김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남한은 민주국가이다. 민주국가에서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정상회담을 하는 것 자체가 서로의 체제를 인정하는 것이고 누가 수행취재를 가느냐는 우리가 결정하는 것. 취재기자 선별까지 양보하면서 정상회담을 할 필요는 없다”며 언론 자유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한국의 언론 자유 지수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31위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70위로 떨어진 이후 2018년부터 40위권대에 머물고 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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