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원시간 맞추느라 눈치보고 출근해요…퇴근하자마자 저녁 준비해요”
“그래도 엄마아빠는 행복해”
오세훈 서울시장의 역점 보육정책인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 홍보 포스터가 대중의 공감을 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15일 쿠키뉴스의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가 육아 걱정 없는 도시를 목표로 한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 홍보 포스터는 지하철역 등 서울 시내 곳곳에 붙었다.
주요 사업은 △안심돌봄 △편안외출 △건강힐링 △일생활균형 등 4대 분야 28개로 구성됐으며, 5년간 총 14조7000억원이 투입될 예정인 대형 프로젝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8월18일 프로젝트를 발표하면서 “계속 업그레이드해 양육자의 부담을 덜어주고 양육자 스스로 아이키우기 좋은 서울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오세훈표 역점 보육정책인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의 취지는 홍보 포스터로 무색해졌다. 취지와 다른 포스터 내용에 공감이 되지 않고 오히려 출산을 꺼리게 만든다는 평가가 나왔다.
해당 포스터에는 “등원시간 맞추느라 눈치보고 출근해요” “아이가 아프다고 전화가 오네요” “퇴근하자마자 저녁 준비해요” “아이가 외식할 때 눈치가 보여요” 등 실제 학부모들이 자녀를 키우며 어려움을 겪는 고충들을 열거했다. 이어 굵은 글씨로 “그래도 엄마아빠는 행복해. 서울시가 엄마아빠의 10년을 함께합니다”라고 강조했다. 포스터 하단에는 프로젝트의 주요 4대 분야를 요약했다.
생후 22개월 자녀를 둔 워킹맘 임모(36)씨는 “남편과 차를를 타고 지나가다 포스터를 보고 ‘애 낳지 말라는거냐’며 황당했다”며 “대체 엄마아빠가 어느 부분에서 행복해야 하는거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초등 두 자녀를 둔 이모(38)씨는 “애 키우고 살기 힘든 것을 알고 있다는 서울시가 할 말이냐. 대체 어느 부모가 저걸 보고 위안을 얻겠나”라면서 “모든 가족이 혜택 대상은 아니지 않나. 사회적 약자까진 아니어도 (경계에 있는) 맞벌이 가족들도 복지 사각지대에 놓였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돌봄 키움센터가 몇 곳 없는데다 그마저 먼 곳에 있어 제대로 이용 못 하는 사람들이 많은게 현실인데 홍보만 하면 뭐 하느냐”고 비판했다.
생후 40개월 자녀를 둔 최모(37)씨는 “애 아프다고 전화오면 등줄기에 식은땀부터 흐르는데 부모들의 아픈 부분을 건드리면서 ‘꼭 행복하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며 “미혼인 젊은 층이 보면 오히려 딩크족이 되겠다 마음먹게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 4일 서울시 홈페이지에 올라온 ‘아이 키우기 좋은 서울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 안내’ 게시물에는 홍보 포스터 내용을 비판하는 글이 잇따랐다.
한 누리꾼은 “눈치보고 출근하고, 퇴근하자마자 저녁하는데 그대로 행복하라는 소리냐”라며 “눈치 안보고 출근할 수 있게 지원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우선 포스터부터 고쳐서 홍보하는게 좋겠다”고 일침했다.
서울시는 해당 포스터가 ‘엄마아빠 행복 프로젝트’의 시작을 공식화하는 ‘티저 포스터’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올해 발표되긴 했지만 중장기 프로젝트로 과감하게 홍보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한국사회에서 엄마아빠의 어려운 양육 환경을 공감하는 차원으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한 내용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육아 현실은 너무 가혹할 만큼 굉장히 힘든데도 불구하고, 그래도 엄마아빠는 아이가 있어 너무 행복하다. 이 행복을 제대로 느끼게 할 수 있겠음 서울시가 함께하겠다는 게 (포스터의) 취지”라고 말했다.
이런 차원에서 포스터 내용에 대한 약간의 반감 또는 호기심이 대중의 관심을 환기한 것으로 판단, 나름의 성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시는 앞으로 중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더 다양한 홍보물을 제작해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