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에서 ‘무지개’가 사라지고 있다 [월드컵]

카타르에서 ‘무지개’가 사라지고 있다 [월드컵]

기사승인 2022-11-23 10:52:46
잉글랜드 주장 해리 케인이 차고나온 주장 밴드.   로이터 연합

카타르에서 인종 차별 및 동성애 처벌 등을 둘러싼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성소수자의 인권을 뜻하는 무지개 옷이나 상징물을 좀처럼 찾아 볼 수가 없다. 

22일 카타르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경기에서 잉글랜드 해리 케인, 네덜란드 버질 반 데이크, 웨일스의 가레스 베일 등 일부 국가의 주장들은 팔뚝에 ’차별 반대(No Discrimination)‘라고 쓰여진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왔다.

이들은 당초 무지개색 하트에 숫자 ‘1’이 새겨진 원 러브 완장을 찰 계획이었다. 

축구 선수가 원 러브 완장을 차고 경기를 치르는 원러브 캠페인은 2020 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네덜란드가 처음 시작했다. 성소수자를 비롯해 모든 차별에 반대하고, 다양성과 포용을 촉진하기 위한 의미였다.

이 같은 움직임은 카타르 월드컵까지 이어져, 유럽팀을 중심으로 무지개 완장 착용에 대한 의견이 모였다. 카타르가 동성애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적발 시 형사 처벌까지 하는 등 열악한 인권 상황에 놓여있다고 판단해서다. 

선수들은 과태료를 감수하고서라도 원 러브 완장을 차겠다는 입장이 확고했지만, FIFA가 갑작스레 제동을 걸었다.

FIFA 측은 경기 중 원 러브 완장을 착용하면 옐로카드 등의 제재를 부과하겠다며 강하게 나섰다. FIFA는 선수가 사용하는 장비에 정치적, 종교적 의미를 내포한 문구나 이미지가 담겨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근거로 내세웠다. 

결국 잉글랜드를 비롯한 유럽 7개 팀은 FIFA의 조치가 스포츠 정신에 위배된다고 반발하면서도 “선수들이 제재를 받게 둘 수 없다”면서 원 러브 완장 착용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무지개 완장을 대신해 잉글랜드 선수단은 경기 시작 전 인종 차별을 반대하는 무릎 꿇기 퍼포먼스를 시도했다.

무지개 완장 착용에 동참하기로 했던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 해리 케인은 이란전이 끝난뒤 “실망스럽다”고 심경을 밝혔고, 잉글랜드 선수 잭 그릴리쉬 역시 “무지개 완장을 차지 않기로 한 FIFA의 결정은 약간 어리석다”고 안타까워했다.

무지개가 그려져 있는 티셔츠를 입어 경기장 입장이 거부됐다고 밝힌 그랜트 월 기자.   트위터 갈무리

경기장 밖에서는 무지개 옷을 입거나 상징물을 부착한 사람들의 경기장 입장이 거부되고 있는 소동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 스포츠 매체 CBS 스포츠 소속 기자 그랜트 월은 22일 미국과 웨일스의 조별리그 경기를 취재하기 위해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 입장하다가 경비원에게 제지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월이 공개한 바에 따르면 당시 그는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지지하는 의미에서 무지개 축구공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있었는데, 경비원들은 그를 25분 동안 붙잡고는 “티셔츠가 ‘정치적’이니 갈아입으라”라고 말했다.

월은 자신의 칼럼에 “경비원들은 내가 다른 축구팬들로부터 공격받을 수 있기에 티셔츠를 갈아입으라고 한 것이었다며 해명했다”라면서 “세상이 카타르를 주목하지 않을 때, 이곳에서 평범한 카타르인이 무지개 티셔츠를 입는다면 어떻게 될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지개 모자를 써서 제지를 받은 로라 매컬리스터(왼쪽).   SNS 갈무리

영국 BBC도 “전 웨일스 축구선수이자 FIFA 평의회 후보였던 로라 매컬리스터가 미국과 웨일스의 경기가 시작되기 전 무지개 모자를 벗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무지개 모자를 착용하고 경기를 관전하려던 매컬리스터는 보안 검색대에서 제재를 받았다. 매컬리스터는 모자를 압수당한 뒤 경기장에 들어갔다고 전해졌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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