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파업한다고 점심은 샌드위치로 대체한대요. 알레르기 있는 친구들은 대체식 준비하라고 알리미에 떴네요”
학부모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과의 임금차별 철폐와 근무환경 개선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25일 돌입하면서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급식·돌봄대란에 학부모들 사이에선 “언제까지 학생들이 피해를 봐야 하느냐”는 불만이 쏟아진다.
전국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학비연대)는 25일 단일 임금체계도입과 정규직과의 차별 해소, 급식실 폐암 등에 대한 종합대책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선다.
학비연대는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전국여성노동조합,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등이 연합한 단체로 학교 급식조리사·돌봄전담사·특수교육실무사 등 약 10만명이 조합원으로 소속돼 있다.
학비연대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에 단일한 기본급 체계 적용 △정규직과 복리후생 수당 동일 지급기준 적용 △급식실 폐암 등 중대재해 종합대책 마련 등을 요구한다.
이번 총파업에 약 6~7만명의 조합원이 참여할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급식 공백과 돌봄 현장의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조합원 중에서 급식실 노동자가 전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아이들의 급식에 총파업의 여파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이에 일선 학교들은 빵·우유 등 간편식을 제공하거나 도시락 대체를 안내했다. 아예 단축수업을 하는 학교도 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 급식과 돌봄을 볼모로 임금 인상 등을 요구하는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매년 반복되는 급식·돌봄대란에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교육당국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교육공무직 파업은 최근 5년 사이 2018년 한해를 빼고 매년 반복됐다. 학부모들 사이에선 ‘연례행사’란 말이 나온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 임모씨는 “그분들도 사정은 있겠지만 매년 아이들한테 피해를 주는 건 좀 힘들다”고 말했다.
워킹맘 박모씨는 “샌드위치를 먹지 않는 아이인데 혼자 도시락을 싸줘도 될 지 모르겠다. 그거 하나 먹고 학원갔다가 저녁 먹을 때가 돼야 집에 오는데 애가 버티겠나”라며 “지난 파업 때도 급식 대체식으로 빵이 나와 아이가 많이 배고파했다. 파업이 매년 되풀이돼 충분히 예측되는 만큼 정부가 더 신경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학부모들이 주로 이용하는 맘카페 등에도 “매년 파업이 연례행사” “그나마 하루라서 다행이지만 매년 이런 식이니 난감하다” “아침 든든히 먹이고 가야겠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이번 파업이 하루에 그칠지는 미지수다. 학비연대는 2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11월 25일 파업을 시작으로 12월에는 지역별 투쟁을 이어가고, 교육청과 교육부, 국회 등이 화답하지 않으면 사상 최초로 2023년 신학기에 파업도 경고한다”고 밝혔다. 시·도교육청은 총파업 이후 학비연대와 협상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교육계 일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현재 학교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교육공무직 등의 파업 투쟁으로 급식공백, 돌봄공백을 속수무책 감내해야 하는 실정”이라며 “파업권이 보호돼야 하는 만큼 학생들의 학습, 돌봄, 건강권도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학교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 파업 시 대체인력을 둘 수 있도록 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에 즉시 나서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