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서 “기쁨조” 성희롱…개선만 외치는 교육부

교원평가서 “기쁨조” 성희롱…개선만 외치는 교육부

세종 고교 서술문항서 “XX 크다” 문제 발언
교육단체들 “필터링 도입했다지만 욕설·성희롱 빈발”

기사승인 2022-12-06 11:23:16
기사 내용와 무관. 쿠키뉴스DB. 

세종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 서술식 문항에 여교사에 대한 노골적인 성희롱글을 남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교원평가 무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교육부는 “필터링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대책을 내놨지만, 교원단체들은 교원평가가 목적을 상실하고 교사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6일 교육계에 따르면 세종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지난달 실시한 교원평가에서 학생이 자유 서술식 문항을 통해 교사에게 “XX크더라” “XX이 우유통이 너무 작아” “김정은 기쁨조나 해라” 등의 글을 남겼다. 

피해 교사라고 밝힌 A씨는 SNS에 “현재까지 파악된 성희롱 피해 교원은 기존 4명에서 2명이 더 추가돼 총 6명”이라고 밝혔다. 전날 그는 “학교 측에 문제를 공론화해 가해 학생들이 스스로 잘못을 밝힐 기회를 주자고 요청했으나 거부당했고 가해 학생을 찾기 위해 수사기관에 신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10년 전면 도입된 교원평가는 매년 9~11월 교원들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를 객관식·자유 서술식 문항을 통해 조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평가는 익명으로 교사에게 전달되는데, 자유 서술식 답변에 욕설과 성희롱 문구가 들어갈 때가 있어 교사들이 문제를 제기해 왔다. 교사노조연맹이 2019년 실시한 조사에서는 ‘토 나온다’ ‘나대지 마라’ ‘쓰레기’ 등의 표현이 논란이 됐다.    

논란이 확산하자 교육부는 “부적절한 서술형 문항 답변으로 교원들이 피해를 보는 사건이 발생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다만 교육부는 교원평가의 순기능을 강조했다. 교육부는 “교원평가는 2010년 전면 도입된 이래 교육활동에 대한 학생·학부모 등의 의견제시, 교원의 자기성찰 유도 등 교원의 전문성 신장과 교육활동 만족도 향상에 기여해 온 제도”라며 “학생·학부모의 의견 등을 반영하여 제도를 지속 개선해 왔고 특히 2021년부터는 동료교원평가 제외, 평가 절차 간소화, 운영 자율성 강화 등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금칙어가 포함된 답변은 교사에게 전달되지 않도록 자동 필터링하는 시스템을 적용했지만, 학생들이 단어 사이 숫자 등을 끼워 넣는 방법을 써서 필터링을 무력화했다. 

세종지역의 한 고교 학생이 작성한 교원능력개발평가 자유서술식 문항 일부에 여교사의 이름과 함께 성희롱 문구가 적혀 있다. 사진=‘교원평가 성희롱 피해 공론화’ 트위터 캡처 

교원단체는 교원평가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즉시 폐기가 어렵다면 당장 자유 서술식 평가 문항부터라도 없애야 한다는게 단체들의 입장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금까지 교원평가 때마다 교사들은 자유서술식 문항에 기술된 답변을 보며 모멸감을 느껴야 했다”며 “피해 교사들은 극심한 고통을 받으며 성희롱 범죄 학생이 누구인지도 알지 못한 채 다시 교단에 서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교권은커녕, 인권도 없는 것이 현재 교육현장의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교사노조연맹도 “SNS상에 공유되고 있는 교사에 대한 원색적인 모욕과 성희롱은 교원평가의 목적과 취지에 전혀 부합되지 않으며 피해교사뿐 아니라 이를 인지한 교사들에게도 ‘언제든 나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하며 심각한 상처를 남긴다”고 지적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는 “학생들을 적극 지도하고 훈계하는 교원들이 오히려 천하의 나쁜 선생님으로 평가받기 일쑤라는 게 현장의 전언”이라며 “교원들은 교직을 다시 생각할 만큼 충격 받고 교원평가쯤에는 생활지도를 기피하거나 서술식 평가는 아예 안보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교총은 “교육부는 교원평가 시 욕설 등에 대한 필터링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했지만 이를 비웃듯이 매년 욕설, 무고, 명예훼손, 성희롱 내용이 빈발하고 있다”며 “이런 제도는 교원들에게 분발의 기제가 되기보다 교직에 대한 냉소, 교육에 대한 무관심만 심화시킨다”고 비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