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두고 내린 우리은행 최고경영자(CEO) 징계의 정당성이 15일 판가름 된다. 대법원의 판단은 소송을 제기한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거취는 물론 금융사 CEO의 내부통제 책임에 대한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오는 15일 손 회장 등 2명이 금융감독원장을 상대로 낸 문책경고 등 취소청구 상고심 선고공판을 연다.
금감원은 손 회장이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DLF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내부통제 책임이 있다고 보고 지난 2020년 2월 문책 경고를 내렸다. 문책 경고는 중징계의 하나로, 중징계 처분을 받으면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된다. 이에 손 회장은 징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내부통제 소홀을 이유로 한 금융회사 CEO를 제재할 수 있는지를 두고 재판이 진행됐다.
지난해 8월과 올해 7월 1‧2심은 모두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내부통제 준수와 운영상에서 발생한 문제에 대해 CEO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근거가 부족하다는 근거에서다. 하지만 금감원은 올해 8월 대법원 상고를 결정했다. 금감원은 DLF 징계를 놓고 진행된 우리은행 1․2심과 하나은행 1심의 판결 내용이 일부 엇갈려 대법원에서 이를 다퉈볼만 하다고 봤다. 특히 향후 일관된 감독을 위해서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통해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의 판단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하나은행 판결에서는 징계 처분사유로 인정된 ‘적합성보고서 기준 미마련’과 ‘내부통제 점검기준 미마련’이 우리은행 판결에서는 인정되지 않았다. 금감원은 상고 당시 “하나은행 판결에서 적법성이 인정된 2가지 처분사유가 우리은행 판결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법을 두고 해석의 차이가 발생했다고 판단한 만큼 최종심에서 다룰 여지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기에 우리은행 2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금융회사 대표가 내부통제기준 마련뿐 아니라 준수까지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점도 금감원의 상고를 뒷받침했다. 1심은 ‘내부통제기준 설정·운영기준’을 내부통제기준의 실효성 판단기준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우리은행 2심 및 하나은행 1심은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것으로 받아드렸다.
따라서 대법원의 판단으로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 규정의 법률적 해석과 함께 의무 위반의 판단기준에 대한 상세한 기준을 제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이는 금감원의 징계가 정당했는지 잣대를 제시하게 된다.
금융권은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손 회장은 물론 금융권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먼저 임기종료를 앞두고 있는 손 회장은 승소할 경우 DLF징계가 모두 무효화되며 연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또한 700억원대 직원 횡령과 이상해외송금 등의 금융사고 책임에서도 자유로워진다. 금감원은 이미 700억원 횡령사고와 관련해 우리은행 전·현직 임직원에 대한 징계 내용이 포함된 검사의견서를 은행에 보낸 상태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DLF 징계 취소 소송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함 회장이 패소한 1심 판결 법리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 사모펀드 사태로 징계를 받은 박정림 KB증권 대표,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 김형진·김병철 신한금융투자 전 대표 등의 징계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금융당국은 금융사고에 대한 CEO 제재가 법적 근거 부족으로 소송에 휘말리는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당국은 지배구조법을 개정해 금융회사 CEO에게 가장 포괄적인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부여하고, 중대한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지도록 할 방침이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