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낙인찍는 檢 수사...野, 거센 반발 목소리

정치인 낙인찍는 檢 수사...野, 거센 반발 목소리

노웅래 “檢, 부패 정치인 낙인…정정당당 다퉈 무죄 입증할 것”
무죄추청 원칙, 흘리기식 수사에 정치권에선 보장 미흡
김종민 “수사 엄중하되 피의사실 흘리기 지양해야”

기사승인 2022-12-15 07:00:06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사진=박효상 기자

피의사실 공표를 앞세운 검찰의 수사 행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범죄 사실에 대한 실체적인 진실을 위한 수사의 모습보다는 의도성이 의심되는 흘리기식 수사에 대해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야를 불문하고 검찰의 흠집내기식 수사 방식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15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검찰은 야권 정치인들에 대한 전폭적인 수사를 펼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측근 수사는 물론이고 비명계 의원들과 전 정권의 인사들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압박에 나서고 있다. 

특히 뇌물 및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노웅래 의원은 검찰의 수사 개시로 적잖은 이미지 타격을 받았다. 

노 의원은 14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조작 수사로 여론몰이, 정치탄압을 하고 있다고 항변했다. 검찰이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 발견된 현금을 마치 불법 자금인 것처럼 언론에 흘려 호도했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했다. 4선 의원으로 깨끗한 정치를 해왔다고 자부하는 자신을 한순간에 부패한 정치인으로 낙인찍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결연히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자신에게 씌워진 혐의를 부인하는 노웅래 민주당 의원.   사진=이승은 기자

헌법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범죄 혐의에 따라 수사나 재판받는 과정에서 아직 형이 확정되지 않은 지위를 보장받으면서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정치권 수사에서는 이러한 대원칙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검찰이 피의사실을 일부 흘리고 언론이 이를 거의 그대로 받아 전해지면 죄가 확정되지 않아도 마치 무슨 흠결이 있는 것처럼 국민에게는 보여지고 인식된다.

정치인은 공적인 지위에 있는 만큼 국민의 알권리 차원에서라도 범죄 사실이 좀 더 쉽게 알려지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이미지가 중요한 정치인에게 기소도 되기 전부터 여론의 심판대에 세워 낙인찍는 수사 행태는 상당한 문제다. 특히 그 과정에서 의도성을 담길 때는 심각한 인권 침해다.

피의사실 공표 행위는 현행법상 위법이다. 형법 제126조눈 검찰·경찰 그 밖에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 수행자가 직무수행상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소제기 전 공표하면 처벌받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어겨 처벌받은 사례는 없다.

사정기관의 피의사실 공표 행위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이어져 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7월 경찰이 캠프 대변인으로 활동하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의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피의사실을 공표하자 캠프 입장 발표를 통해 “윤석열 정치선언 당일인 6월 29일 ‘구체적인 수사내용’이 언론에 공개된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 피의사실 공표 행태에 대해 강하게 지적했다.

검찰의 흘리기식 피의사실 공표 행위에 대해서는 민주당에서의 비판이 가장 활발하다. 최근 검찰이 민주당 인사들을 집중적으로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는 만큼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과거 방식에 머문 검찰의 수사 행태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14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과거 인사권을 쥔 청와대 외압을 피해 수사 동력 확보 차원으로 피의사실 공표가 이뤄진 적은 있지만, 그건 과거의 고루한 방식”이라며 “검찰이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상황인데 과거의 흘리기식 수사 행태를 보이는 것은 초과 권력 행사이자 검찰의 권력화”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는 엄중하게 하더라도 피의사실로 장난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언론 또한 조그마한 조각 사실을 가지고 마치 알권리 차원이라면서 사건 장사하는 보도 행태를 지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박범계 민주당 의원도 쿠키뉴스에 “무죄추정의 원칙은 당연한 것인데 검찰이 법을 위반해 수사 중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형태로 야권 인사들을 소위 낙인찍는 효과를 내고 있다”며 “내가 장관일 때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을 다 손봐서 첫 공판기일 전까지는 공소장을 공개 못 하게 했는데 지금은 규정을 바꿔 공개 가능 시점이 기소로 당겨졌고, 더 나아가 최근에 보면 압수수색 영장 집행 중에도 다 공개되고 행태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막는 규정이 없어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만들어진 규정을 안 지켜서 문제인 것”이라면서 “법 위반인데도 처벌한 예가 없으니 사실상 사문화돼 있다. 오죽했으면 민주당이 김용 부원장 공소장을 언론에 유출한 검찰을 공무상 비밀누설로 고발했겠느냐”고 강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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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11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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