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번 위믹스 사태가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에 깨끗하고 투명한 코인시장을 만들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위믹스 투자자 34세 김모씨)
“솔직히 규제가 강화된다 것에 대해 생각해 본적은 없어요. 다만 코인에 대한 정보가 좀 더 풀렸으면 합니다. 솔직히 지금은 다 깜깜히 투자하고 있는 거라고 봐요” (이더리움 투자자 31세 이모씨)
16일 코인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코인거래소에서 가상자산 위믹스(WEMIX)는 현재 거래가 불가능하다. 앞서 위믹스는 지난 10월 27일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닥사, DAXA)로부터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이후, 지난 8일 상장 폐지됐다. 위믹스를 발행한 게임사 위메이드는 현재 법적 대응에 나선 상황이다. 상장폐지를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되자 항고장을 제출했다.
위믹스의 상장폐지 이유는 ‘유통량 불일치’. 발행사인 위메이드가 밝힌 계획과 실제 유통량에 차이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발행사인 위메이드가 투자자들 모르게 추가 발행을 통해 위믹스를 시장에 유통시켰을 경우 이는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투자자 손실을 불러올 수 있다. 이에 닥사는 위믹스의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위믹스가 국내 주요 거래소에서 밀려나면서 거래가격은 곤두박질 쳤다. 지난해 11월 거래소 빗썸에서 최고 2만9490원에 거래되던 위믹스는 상폐직전 200원대까지 떨어졌다. 100분의 1로 거래 가격이 추락한 셈이다. 이는 결국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졌다.
특히 청년들의 피해가 큰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위믹스는 게임과 연결된 코인이다. 위메이드가 제작한 온라임 게임 ‘미르4’에서 채굴이 가능하고, 여러 게임 내 재화를 위믹스로 거래가능하다는 점에서 MZ세대의 관심이 높았다.
위믹스 투자자 34세 김모씨는 “지금 손실액이 한 900만원 정도 된다. 다른 분들보다 적지만 나에게는 큰 금액”이라며 “갑작스러운 거래지원 종료로 피해는 투자자들이 봤는데 우리 피해는 누구도 걱정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뒤늦은 소비자보호 움직임...“이제는 나올 때 되지 않았나”
국회와 정부는 코인 거래와 관련한 피해가 커지면서 그동안 산업 진흥과 육성에 초점을 둔 정책방향을 소비자보호를 위한 선규제 방향으로 전환했다. 일단 규제가 시급한 부분부터 단계적으로 소비자보호를 위한 규제에 나설 계획이다.
이동엽 금융위원회 금융혁신과장은 14일 열린 토론회에서 “문제 시급성을 고려할 때 현 단계에서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부분부터 먼저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면서 “현재 국회 발의된 개정안 중 공통분모를 뽑아내고, 나머지 규제에 대해서는 글로벌 규제가 가시화된 후 보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디지털자산을 법적으로 정의하고 산업 진흥과 함께 투자자 보호를 위한 여러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주요 법안으로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과 백혜련 민주당 의원 안건을 꼽을 수 있다. 두 법안 모두 이용자 예치 자산에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시장 불공정거래 행위를 자본시장법에 준해 규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에서도 추가적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디지털자산법 제정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백혜련 정무위원장은 지난달 22일 열린 법안심사 소위에서 “테라·루나·FTX 사태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와 불공정거래를 규제할 수 있는 법률안을 만드는 것이 매우 시급해졌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 13일 열리는 정무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디지털자산법이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성사되지는 않았다. 여야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과 2023년 예산안 등을 두고 격돌하면서 법안 처리가 미뤄졌기 때문이다.
코인투자에 나선 청년들 사이에서는 코인거래 과세보다는 소비자보호 관련 규제를 먼저 마련하는 것이 수순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리플과 에이다 등을 보유하고 있는 35세의 강모씨는 “코인판에 관련법도 규제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앞으로 피해자만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소비자 보호를 위한) 뭔가 나올 때가 되지 않았냐”며 “정부가 코인거래에 세금을 걷고 싶으면 그에 맞는 값어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FTX 사태로 코인시세가 전반적으로 하락하고, 위믹스 사태처럼 갑작스러운 상정폐지 결정에도 청년들은 코인거래에 대한 욕구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 모습이다. 그들은 정상적인 시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놓는다.
앞서 34세 김모씨는 “앞으로도 코인거래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코인 거래는 젊은 사람들에게 재산을 불릴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코인시장이 깨끗해 졌으면 좋겠다”며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35세의 강모씨 역시 “코인거래를 그만둘 생각은 없다”면서 “장기적으로는 코인의 가치가 점차 올라갈 것이라는 생각에 변함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주식은 주가조직하면 처벌받지만 코인은 트위터 장난질이나 코인사기에도 처벌이 없었다”면서 정부의 대응을 촉구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