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법’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되면서 보험업권, 더 나아가 주식투자자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박용진 의원은 법안으로 인해 ‘개미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보험업권을 비롯한 금투업권에서는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는 지난달 22일 오전 회의를 열고 박용진·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발의한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상정했다. ‘삼성생명법’은 지난 19대와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삼성생명법이라 불리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액을 시가로 평가해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로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여기 해당하는 보험사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뿐이다. 법조문에는 총자산과 주식 보유액 평가방식이 명시돼 있지 않지만, ‘보험업감독규정’에서 총자산과 자기자본에 대해서는 시가를, 주식 보유액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지난 2020년 기준 삼성생명의 총자산 310조원의 3%, 9조3000억원을 초과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또한 삼성전자 지분 1.49%를 보유한 삼성화재 역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약 25조원 어치를 강제 매각해야 할 처지에 놓인다.. 이렇게 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이 줄어들게 된다. 이는 결국 이재용 회장의 지배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박용진 의원은 “삼성전자가 보유한 136조원 규모 현금성 자산을 활용해 삼성생명이 보유한 자사주를 사들이면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삼성의 지배구조도 유지할 수 있다”며 “기존 주주의 가치를 제고하는 주가 상승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법의 통과가 ‘개미 투자자’들에게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박 의원의 주장인 것이다.
박 의원의 주장대로 삼성생명법이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냐는 질문에 대해 보험업계, 금투업계는 의견이 분분하다. 먼저 대규모로 풀리는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충격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최대 7년에 걸쳐 분할 매각을 하면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지만, 당장 꾸준히 풀리게 될 삼성전자의 주식물량이 결코 작은 편이 아니다.
삼성생명과 연관된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장단점이 상존한다. 먼저 해당 개정안이 통과되고 삼성생명이 지분을 매각하면 유배당보험 계약자들에게 5조~6조원 가량의 배당금이 돌아간다. 1980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의 지분을 매입한 자금에는 유배당보험 가입자의 돈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 매각차익만큼 배당금이 돌아가는 것.
반면 장기적으로 볼 경우 악영향이 될 가능성도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배당으로 연간 7400억원의 수익을 얻고 있다. 지난해 1분기에는 특별배당으로 8020억원을 받기도 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자산운용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큰 배당이익과 시세차익을 낼 수 있는 우량주를 처분하고 이보다 수익이 적은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 이렇게 되면 자산운용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배당금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삼성생명 투자에 접근하는 금융사들도 있다. 올해 1월 초 신한금융 계열사들은 사모펀드 IMM프라이빗에쿼티와 함께 삼성생명 투자를 진행한 바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500억원, 신한라이프생명보험 360억원, 신한은행 200억원, 신한캐피탈 100억원 등 약 1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통해 펀드투자에 나선 것. 이같은 투자의 배경에는 삼성생명 저평가 됐다는 분석이 있다.
또한 보헙업법 개정안 가능성에 따른 베팅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생명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취득원가가 아닌 공정가(현재 시가)로 삼성전자 지분을 대량 매도해야 함, 결국 이는 삼성생명 주가 상승에도 긍정적 영향이 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내로 지배구조 개편안과 이에 따른 지분 매각이 결정돼도 상당한 유예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당장 배당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과거에도 지배구조나 지분 매각 가능성이 높아졌을 때마다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보유 지분 가치가 부각되며 주가에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NH투자증권 정준섭 연구원의 경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정 연구원은 “개정안이 시행되면 삼성생명은 막대한 매각이익이 발생하지만 법인세 발생에 따른 자산 감소와, 삼성전자를 대체할 자산을 찾는 과제 등을 고려할 때 실익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