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고가 늘어나는 가운데 전세퇴거자금용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집주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전세금 반환을 위해 대출 규제를 풀어달라고 촉구한다. 다만 이에 대해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의 ‘임대차시장 사이렌’에 따르면 11월 전국에서 발생한 전세 보증 사고 금액은 1862억원으로, 10월(1526억원) 대비 2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사고 건수는 704건에서 852건으로 늘었고, 사고율도 4.9%에서 5.2%로 상승했다.
전세사고의 원인으로 지목된 집주인들은 보증금을 돌려주고 싶어도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호소한다. 전세대출금리가 6~7%에 달해 세입자들이 전세를 기피하면서 새로운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 졌다는 반응이다. 여기에 전세퇴거자금용 주담대가 규제로 막혀 대출을 받아 보증금을 반환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전세퇴거자금 대출은 주담대의 한 일종이다. 생활안정 목적의 주담대 가운데 전세자금반환용 대출을 말한다. 생활안정자금은 현재 한도가 2억원이지만 전세자금반환용도일 경우 예외적으로 2억원 이상도 대출이 실행된다. 다만 주택이 규제지역에 위치하고 15억원을 넘어갈 경우 한도가 2억원으로 제한된다.
2주택자는 대출대상에서 제외되며 주택 처분조건으로 매매계약서를 증빙하면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전세자금 반환용도로 대출을 받으면 3개월 이내에 집주인이 입주해 실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해당 대출은 주담대에 한 종료인 만큼 주택담보대출비율(LTV)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해당 지역 규제 비율을 동일하게 적용받는다.
전세보증금 반환이 급한 집주인들은 이러한 전세퇴거자금의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주장한다. 특히 이러한 요구는 다주택자인 임대사업자를 중심으로 제기된다.
한 임대사업자는 “임대인들이 대출이라도 받아서 임차인들의 전세금을 돌려주고 싶지만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 특히 부기등기와 다세대 빌라는 전혀 대출이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임차인은 전세보증금 못 돌려받고, 임대인은 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모두 불행한 상황이 벌어진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대출 규제를 풀어주거나 무주택 서민의 전세자금 대출 금리를 한시적으로 내려서 전세거래가 활성화되면 세입자도 집주인도 모두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 하는 전세사고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상생을 위해 돈을 빌려달라는 목소리다.
정부도 이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대출규제 완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제1차 국정과제 점검 회의에서 “현재 다주택자나 임대사업자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 허용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라며 “향후 시장 상황을 봐서 국토부나 기재부와 정책 방향을 맞춰서 이분들도 주택담보대출을 쓸 수 있도록 추진하려 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요구에 반대 여론도 상당하다, 먼저 전세보증금은 대출과 무관하게 집주인이 반환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전세보증금은 집주인이 계약 기간에 맞춰 상환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며 “계약 기간 종료를 앞두고 새로운 세입자를 못 구하거나 대출을 받을 수 없어 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세자금을 받아 다른 주택을 구매하거나 전세를 끼고 주택을 구매하는 갭투자가 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는 이같은 사태를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은행권에서도 전세퇴거자금용 주담대 규제 완화에 부정적인 반응이다. 은행 한 관계자는 “전세퇴거자금용 주담대의 일부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결국 DSR 등 주담대의 기본적인 규제에 제한을 받게 될 것”이라며 “이는 주담대 규제를 뒤흔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담대 규제가 흔들리면 집값이 다시 상승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