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를 살해한 뒤 시신을 옷장에 숨겼다가 검거된 30대 남성 A씨가 집주인이자 전 여자친구인 50대 여성 B씨도 살해한 사실을 자백했다.
28일 경찰 등에 따르면 살인 및 사체은닉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A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이날 오전 10시30분께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열린다. 이르면 이날 오후 늦게 A씨의 구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A씨가 경찰에 검거된 이후 경찰 조사 과정에서 A씨의 행적이 속속 드러나면서 충격을 안기고 있다.
A씨는 지난 20일 오후 11시께 경기 고양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택시와 접촉사고를 낸 뒤 택시 기사인 60대 남성 C씨에게 합의금을 준다며 집으로 불러 다투다가 둔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 25일 A씨의 현 여자친구인 D씨가 “남자친구 집 옷장 안에 시신이 있다”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드러났다. 같은 날 새벽 C씨의 가족도 경찰에 실종신고를 낸 상태였다.
A씨는 숨진 C씨가 몰던 택시를 자신의 집에서 800m 떨어진 공터에 버린 뒤 블랙박스를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을 시도하기도 했다. 또한 C씨의 휴대전화와 신분증, 신용카드 등을 챙겨 대출을 받고 현 여자친구에 명품가방을 선물하는 등 5000만원가량을 쓴 것으로 밝혀졌다.
숨진 C씨의 행세까지 했다. A씨는 C씨의 미귀가를 걱정하는 가족들에겐 ‘바빠’ ‘밧데리(배터리) 없어’ 등 답변 메시지를 피해자 휴대전화로 보냈다.
경찰은 조사 과정에서 시신이 발견된 파주의 아파트 집주인이 A씨의 전 동거녀 B씨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소재 파악에 나섰다.
A씨는 B씨의 소재에 대해 “집을 나간 뒤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경찰의 추궁에 살해 사실을 자백했다. 지난 8월 B씨와 다투다 그를 살해한 뒤 파주시 공릉천변에 유기했다는 것.
A씨의 진술대로라면 B씨는 이미 4개월 전 사망했으나 실종신고는 없었다. A씨는 B씨를 살해한 뒤에도 B씨의 집에서 거주하면서 태연히 새 여자친구와도 함께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B씨의 신용카드도 썼는지 수사 중이다. B씨 소유 파주시 아파트는 올해 10월 카드회사 3곳이 청구액 약 1억원 상당의 가압류를 한 상태다.
현재 경찰은 A씨가 돈을 노리고 계획범죄를 벌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하는 한편, 추가 피해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