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웅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표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 걸로 보이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발언의 의도가 주목된다.
체포동의안 부결 가능성이 크다는 언론 보도 등이 나온 가운데에도 통상 법무부장관들의 체포동의요청 이유 설명과 달리 이례적으로 자극적인 말들을 앞세웠다. 특히 체포 이유에 대한 단순 적시 수준을 넘어 수사 내용과 구체적인 증거까지 열거했다.
통상 법무부장관들의 체포동의 요구 이유 설명은 1분 내외로 범죄 혐의 사실만을 적시한다. 하지만 이날 한 장관은 5분가량 발언했다.
한 장관은 노웅래 의원에 대한 수사 과정의 증거 내용을 구체적으로 열거했다. 그는 “노 의원이 청탁받고 돈을 받는 현장이 고스란히 녹음된 파일이 있다”는 발언부터 “노 의원의 목소리와 돈 봉투 부스럭거리는 소리까지 그대로 녹음됐다” 등등 범죄 현장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듯한 말들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한 장관은 의원들을 향해서는 “동료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 동의 여부를 결정하면서 첫째 증거가 확실한지, 둘째 국회의원을 체포할 만큼 무거운 범죄인지를 (의원들이) 고려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본회의에 참석한 의원 다수는 이날 한 장관 발언에 상당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동안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에 앞서 법무부 장관의 수많은 설명 사례가 있었지만, 한 장관의 설명이 과했다는 것이다. 일부 의원들은 첫째 둘째 이유를 들어가면서 설명하는 한 장관의 설명이 마치 의원들을 가르치려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까지 받았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재선 의원은 쿠키뉴스에 “그동안 보아온 체포동의안 설명 방식이 아니었다”며 “한 장관의 말은 마치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달라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고 말했다.
한 장관의 발언과 태도에는 정치적 의도가 숨겨졌을 거란 의견도 있다. 반감을 사는 발언으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키고, 국민에게 민주당의 부정적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장관이라는 사람이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의원들을 자극해 오히려 부결을 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야당이 ‘방탄 국회’한다는 프레임을 만들고, 이를 통해 민주당이 부패한 세력이라는 그림을 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 나아가 국회의원들을 향한 검찰의 강력한 경고라는 분석도 나온다. 데이터 전문가이자 정치평론가인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같은 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총선을 앞둔 야당 의원 입장에서는 한 장관의 본회의장에서 과한 발언 자체가 심리적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일정 부분 야당의 정치 행위를 제약하려는 의도가 담겼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검찰은 인지수사를 명목으로 수사 개시가 가능하다”며 “체포의 이유뿐 아니라 구체적인 증거까지 나열하면서 의원들을 자극하는 모습은 ‘까불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의도로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민주당은 28일 본회의에서 한 장관의 발언에 대해 법적 조치를 검토 중인 걸로 전해진다. 공연성이 인정되는 국회 본회의장에서 노 의원에 대한 범죄사실의 단순 적시를 넘어 구체적인 증거 사실까지 밝힌 점은 분명 피의사실을 공표에 해당하고, 불법행위이기 때문이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