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서열 1·2위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이 2일 ‘중대선거구’ 도입 등을 언급하면서 지지부진하던 선거구 개편 논의에 군불을 지폈다. 중대선거구 도입에 호의적인 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2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선거구 개편에 대해 동시에 언급했다. 사전 협의가 된 바 없지만, 총선을 일 년여 앞둔 시점에 현재 거대 양당의 첨예한 대립과 반목을 극복하기 위해 선거구 개편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공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조선일보와의 신년 인터뷰를 통해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을 좀 더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며 “현행 소선거구제가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다 보니 선거가 너무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고 지적했다.
입법부 수장인 김진표 국회의장도 같은 날 현행 소선거구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의장은 이날 신년하례회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전원위원회를 다음 달 내내 열어서라도 정치개혁 논의를 하겠다”며 “현행 소선거구제는 사표가 많이 발생하고, 지역 간의 갈등과 대립을 조장하는 등 여러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대선거구 또는 다당제를 전제로 지역 간 협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놓고 조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두 사람의 발언으로 그간 지지부진하던 중대선거구제 도입 논의는 급물살을 탈 걸로 전망된다. 그간 선거구 개편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여당에서도 윤 대통령이 직접 중대선거구제 개편을 언급한 만큼 당 내부에서 관련 논의가 시작될 걸로 보인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2일 쿠키뉴스에 “윤석열 대통령의 말씀에 따라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중대선거구제로 개편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현행 선거법의 부작용이 큰 만큼 필연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이미 많은 의원이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중대선거구제 도입에는 여당보다도 상당히 호의적이다. 당 소속 의원 다수가 소선거구제 폐지 및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위한 입법 발의를 수차례 한 바 있고, 최근에는 선거구제 개편을 위한 정치개혁 토론회를 열고 있다.
정개특위 위원으로 활동 중인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정개특위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소선거구제와 위성정당을 허용하는 현행 선거제도가 최악이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선거제도 개편은 선택 아닌 의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의원은 “위성 정당의 출현을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어떤 방향이 되더라도 현행 소선거구제를 바꿔야 한다. 소선거구제를 폐지하면 공천에 대한 압박감이 전보다 줄어들어 국민의 진정한 목소리를 내는 소신 정치인들이 양당에서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관건은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의 추진 의지다. 일단 김 의장은 정개특위에 2월 초까지 선거제도 개선을 위한 복수 안 마련을 요청해놓았다. 또 해당 안이 도출되면 내달 전원위원회를 열어 심도 있게 논의하겠단 의지도 밝혔다.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여야 지도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 없다.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논의가 개시된 만큼 곧 각자 의견을 내놓을 걸로 비춰진다.
선거구 개편을 위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도 과제다. 국민의 뜻을 잘 반영하기 위해 선거제도를 개편하는 것이기에 국민 의견 수렴의 필요성이 있다.
이탄희 의원은 “(선거구 개편에서) 제일 중요한 건 국민 참여권 보장”이라며 “국회의장과 정개특위 위원장이 마음만 먹으면 국민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이를 통하면 세대·지역·연령별로 다양한 국민적 여론 수렴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