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출근길 시위에 나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13시간 동안 경찰 및 서울교통공사와 대치했다. 경찰이 인간띠를 둘러 전장연 활동가들을 막아섰고 지하철 4호선 13대가 무정차 통과했다.
전장연은 3일 오전 다시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시위를 재개할 예정이다. 앞서 전장연은 전날부터 삼각지역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선전전을 예고한 바 있다.
전장연의 새해 첫 출근길 시위는 경찰과 교통공사의 저지에 가로 막혔다. 전날 오전 9시10분께부터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 등을 요구하며 삼각지역 승장강에서 지하철 탑승을 시도했다.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과 장애인 권리 4대 법률 제·개정 등을 요구하며 지난해 12월부터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란 이름의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 과정에서 휠체어로 열차에 천천히 타고 내리는 방식 등으로 지하철 운행을 지연시켜왔다. 이같은 시위가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민형사상 소송으로 이어졌다. 법원은 지난달 19일 교통공사에게 2024년까지 전체 275개 역 중 19개 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전장연은 5분을 초과해 지하철 운행을 지연하면 1회당 500만원을 교통공사에 지급하도록 했다.
양측의 반응은 엇갈렸다. 전장연은 전날 자료를 내고 법원 조정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으나 오세훈 서울 시장은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을 통해 “1분만 늦어도 큰일 나는 지하철을 5분씩이나 연장시킬 수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2일부터는 무관용”이라고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전장연은 새해 첫 출근길인 2일 오전에도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에서 숙대입구역 방면으로 지하철 시위를 나섰지만 저지당했다. 경찰은 시위진압용 방패를 동원해 스크린도어를 막아섰고 출입문이 열리면 일반 승객만 통행할 수 있게 했다.
구기정 삼각지역장은 “역사 시설에서 고성방가 등 소란 피우는 행위, 광고물 배포 행위, 연설 행위, 철도 종사자의 직무상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방해하는 행위는 철도안전법에서 금지하고 있다”며 “전장연은 즉시 시위를 중단하시고 역사 밖으로 퇴거해주길 바란다”고 경고 방송을 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지하철을 탈 때까지 이곳에 있겠다”고 말했다. 전장연 측은 “5분 이내 지하철 탑승을 허용한 법원 조정안을 수용하라” “지하철을 타게 해달라”고 반발했다.
삼각지역 플랫폼에서 대치가 이어지면서 숙대입구역 방면 열차가 13대 무정차 통과했다. 오후 3시2분 1대를 시작으로 퇴근 시간대인 오후 8시51분부터 9시8분까지 5대, 오후 9시13분부터 오후 9시43분까지 7대가 삼각지역을 그대로 지나쳤다.
퇴근길이 시작되는 오후 6시 이후부터는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시민과 전장연 활동가, 경찰 등이 뒤엉켜 혼잡을 빚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 1명이 다리를 다쳤고 에바다장애인자립센터 소속 비장애인 활동가 1명이 병원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1박2일 농성 계획이었던 전장연 활동가들은 이날 오후 9시를 넘겨서까지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지하철 탑승을 계속 시도했다. 그러나 오후 9시 40분 추모제를 연 후 시위를 일단 마치기로 방침을 바꿔 그렇게 13시간 만의 시위가 마무리됐다.
이날 오후 10시까지 용산소방서에는 삼각지역과 관련해 총 9건의 구급출동 신고가 접수됐다. 이들 중 5명은 현장에서 응급치료됐고 2명은 병원으로 이송됐다.
전장연은 이날도 시위를 이어간다는 입장이어서 교통공사와의 강대강 대치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교통공사는 법원의 강제조정안을 불수용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공사는 전날 “전장연과의 민사소송에 대한 법원의 강제 조정안을 받아들일 수 없으며 법적 조치를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경찰청은 이날 지하철 탑승 시위로 출근길 지연을 초래한 전장연 회원 2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