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가는 MZ세대…금융권發 역대급 희망퇴직 ‘폭풍’

떠나가는 MZ세대…금융권發 역대급 희망퇴직 ‘폭풍’

시중은행에서만 약 3000여명 떠날 것으로 전망돼
카드·증권업계 ‘업황악화’ 칼바람…인력감축 이어져
보험업계만큼은 ‘잠잠’…“대면영업 여전히 중요해”

기사승인 2023-01-11 09:00:16
쿠키뉴스DB.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금융권에서 ‘희망퇴직’이라는 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시중은행에서 가장 강하게 부는 가운데 카드, 증권사 등 타 금융사들에서도 짐을 싸는 직원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다만 보험업권만큼은 별다른 희망퇴직 접수가 없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을 비롯해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국내 5대 시중은행에서는 지난 연말부터 진행한 희망퇴직으로 올해 1월까지 약 3000명에 육박하는 직원이 은행을 떠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확인된 곳 가운데 가장 많은 인원이 접수된 곳은 KB국민은행이다. 지난해 12월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700명 이상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인원은 조만간 확정되는데, 신청자가 모두 퇴직한다고 가정하면 지난해 1월(674명)보다 퇴직자가 30명 정도 늘어나게 된다.

비슷한 기간 희망퇴직 절차를 마무리한 NH농협은행의 경우 2021년 말(427명)보다 60명 이상 많은 493명이 퇴직절차를 밟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신한은행(250), 하나은행(478), 우리은행(415)도 2021년보다 더 많은 인원들이 은행 밖으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합친다면 약 3000명의 인원이 퇴직하게 될 전망이다.

시중은행에서 이같은 ‘탈은행’이 벌어지는 것은 은행과 행원 양 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의 입장에서는 디지털 전환과 오프라인 점포 축소 등을 위해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축소가 불가피하다. 또한 전환시기 은행들의 실적이 역대급을 기록하면서 여유자금이 늘어나자 이를 바탕으로 특별 퇴직금 등 희망퇴직 조건을 높이며 적극적인 비용 효율화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좋은 조건을 제시한 희망퇴직은 ‘제 2막’을 준비하고자 하는 은행원들에게 있어서 매력적으로 작용하게 됐다. 대부분 시중은행들은 희망퇴직자에게 최대 36개월치 월 급여를 포함해 자녀 학자금, 재취업 지원금 등을 지원하고 있는데, 1인당 퇴직금은 아무리 못해도 2억~3억원대, 부지점장급의 경우 보통 4억~5억원의 목돈을 받고 은행을 나갈 수 있어서다.

시중은행 뿐 아니라 카드사도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다만 카드업계의 경우 시중은행의 희망퇴직과 성격이 살짝 다른데, 최근 카드업계의 업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비용절감’을 위한 인력감축으로 풀이된다.

먼저 하나카드는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만 10년 이상 근속한 1968년생(만 55세)을 대상으로 ‘준정년 특별퇴직’ 접수를 받았으며, 신한카드는 오는 11일 하루 희망퇴직 신청을 접수한다. 앞서 현대카드는 근속 20년 직원을 대상으로 퇴직 지원프로그램 신청을 받았고 우리카드 역시 1967~1969년생, 우리금융그룹 근속 10년 이상 재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접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와 마찬가지로 업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증권업계도 희망퇴직 칼바람이 불고 있다. 하이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케이프투자증권 등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자금 사정이 어려워진 증권사들이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KB증권도 지난해말 만 40세 이상(1982년 이전 출생) 정규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대상자를 모집해 총 7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또한 증권업계 1위 미래에셋증권도 지난 6일까지 10년 이상 근무자 중 만 45세 이상 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다만 미래에셋증권에서는 “인력 감축을 위한 희망퇴직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최근 이직이나 전직, 가족 돌봄, 육아, 재무적 상황 등의 사유가 있는 직원들 중 희망퇴직 수요가 있어 이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점은 보험업권에서만큼은 ‘희망퇴직’ 바람이 그다지 불지 않는다는 점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KB라이프생명 희망퇴직에는 10명 미만이 신청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KB라이프생명은 희망퇴직자를 대상으로 3년치 연봉과 자녀 학자금 지원 등을 제시했지만 2020년 60여명이 신청했던 것과 비교해도 50여명 이상 감소한 수치다.

신한라이프 경우 최근 희망퇴직을 진행하지 않았지만 세대교체를 위해 팀장을 팀원으로 내리고 팀원을 팀장으로 변경하면서 자연스러운 감축을 유도했다. 신한라이프는 2022년 팀장을 맡았던 직원들에게 퇴사할 경우 기본급의 최대 37개월치에 더해 창업지원금과 자녀학자금, 건강검진지원금을 지급한다고 알렸다. 하지만 5명 미만의 직원이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권의 경우 디지털 전환이 중요한 화두긴 하나 여전히 대면영업이 중요한 만큼 인위적 인력 감축이 타 업권 대비 적은 편”이라며 “희망퇴직은 퇴직금 지급 등 단기성 비용 부담이 커 보유자산이 하락하는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보험사는 많지 않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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