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의전 서열 1·2위인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며칠을 사이로 해외순방길에 오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새해 첫 해외순방 일정으로 14일부터 21일까지 아랍에미리트(UAE)와 스위스를 방문하고,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12일 이미 동남아로 출국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후 21일 귀국합니다.
1번, 2번 관용차를 타는 행정부·입법부 두 수장이 동시에 해외순방 일정을 소화하면서 혹여 국가 공백 사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깁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국가 공백 사태는 없습니다. 행정부와 입법부는 엄연히 제 역할이 다를 뿐 아니라 국가의 수장인 대통령의 궐위 또는 사고 시 대통령의 직무를 대행하는 것은 헌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직무 수행 불가한 경우에는 대통령을 대신해 국무총리가 우선 직무를 대행합니다.
국회의장은 입법부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행정부의 수장인 대통령과는 엄연히 다른 업무를 수행합니다. 이번 동남아 해외순방도 입법부를 대표해서 가는 것은 의회외교 성격의 방문으로 브엉 딩 후에 베트남 국회의장의 초청을 받아 갑니다.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수장으로서 아랍에미리트를 국빈 방문하는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등 재계 인사들이 동행합니다. 국내기업 대표 100명이 포함된 대규모 경제사절단인 셈인데 양국 간 전략적 협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입니다. 또 UAE 방문 후에는 스위스로 이동해 세계 유력인사들이 집결하는 ‘다보스포럼’ 참석합니다.
대통령이 해외순방길에 나섰다고 해서 궐위(임기 중 사망·하야·탄핵)나 사고(의식불명) 상황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특히 원거리 통신이 가능한 상황에서 실시간으로 국정을 챙길 볼 수도 있는 일이죠.
다만 궐위나 사고 시에는 대통령을 대신해 직무 대행하게 됩니다. 직무대행 순서는 정부조직법에 나와 있습니다.
대통령 권한대행 1순위는 국무총리입니다. 현재 기준이라면 한덕수 국무총리가 되죠. 그다음은 기획재정부장관이 겸임하는 부총리, 교육부장관이 겸임하는 부총리 순서입니다.
만약 2명의 부총리마저 없다고 가정해보면 정부조직법에 규정된 국무위원 순서대로 권한대행을 하게 됩니다.
13일 현재 현행법상 나열된 부처별 순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외교부 △통일부 △법무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환경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중소벤처기업부 순입니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는 거의 비슷한 시기에 해외순방에 나선 대통령과 국회의장에 대해 “국회의장이 의전 서열이야 2위이지만 입법부와 행정부의 성격이 다르다”며 “대통령실과 국회의장실이 사전에 해외순방 일정을 조정하거나 그런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도 대통령과 국회의장이 비슷한 시기에 해외순방길에 나선 경우도 찾아보면 꽤 되는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