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지갑 닫는다” 명절 앞두고 상인도 주부들도 ‘시름’

“고물가에 지갑 닫는다” 명절 앞두고 상인도 주부들도 ‘시름’

차례상·명절 선물·세뱃돈 비용 부담↑
“돈 안쓴다” 소비자도 상인도 한 목소리

기사승인 2023-01-17 15:00:02
강원 삼척중앙시장. 사진=쿠키뉴스DB

경기 안양시에 사는 주부 이모(37)씨는 올해 설을 앞두고 지출을 크게 줄였다. 명절 상차림 비용에 친척 선물 비용까지 목돈 들어갈 일이 많은데 물가가 너무 많이 오른 탓이다. 여기에 최근 대출 금리까지 뛰어 하루하루가 돈 걱정이다. 이씨는 “월급은 그대로인데 물가와 대출금리가 너무 올랐는데 돈 들어갈 일은 더 많아져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경기 시흥시에 사는 주부 박모(38)씨는 주말부터 시작되는 설 연휴를 앞두고 아예 이번주를 ‘냉파(냉장고 파먹기) 주간’으로 정했다. 설 명절을 앞두고 특별 할인행사도 많이 하지만 “할인해도 비싸다”는 말은 지갑 여는 걸 망설이게 한다고. 

설 연휴를 코앞에 두고 치솟는 물가에 서민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5.1% 오르면서 외환위기인 1998년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았다. 물가가 오르면서 설 준비 비용도 치솟았다. 한국물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4인 가족 기준 설 차례상 비용을 조사한 결과 전통시장이 25만400원, 대형마트는 약 35만9000원이 드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년 대비 각각 4.1%, 2.1% 상승한 수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식품이나 생활용품 외에도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부담까지 커지면서 서민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전기요금은 지난 1일부터 9.5% 올랐고 가스요금도 2분기부터 인상이 예고돼 있다. 

대중교통 요금도 오른다. 서울시는 오는 4월부터 지하철과 시내·마을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을 각 300원 인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인천시도 버스 요금 인상을 저울질 중이다.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지게 이어지면서 세뱃돈 지출도 부담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부모님, 조카들의 용돈이 얼마가 적절할지 의견이 오간다. 한 누리꾼은 지역 맘카페에 “코로나19로 설에 다 모이질 못했었는데 오랜만에 설 명절이라고 가족이 다 모인다”며 “중·고등, 대학생 조카 세뱃돈을 얼마를 줘야 할까. 물가가 많이 올랐으니 세뱃돈도 올려야 하나 싶은데 그러자니 부담이다”라고 했다. 

맘카페 등 커뮤니티에서 세뱃돈 정보를 공유하는 시민들. 사진=온라인 캡처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최대한 지출을 줄이려는 분위기에 소상공인·자영업자들도 신음하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김모(60)씨는 “30년 넘게 장사했지만 이렇게 안 되는 건 처음”이라며 “매년 찾는 손님이 줄어 올해는 아예 선물세트도 들여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손님이 너무 없다. 하루 한 짝은 팔리던 막걸리는 요즘 3일이 지나도 다 못판다”며 “그만큼 손님이 없고 돈을 잘 안쓰다보니 같은 상인들끼리 요즘같이 힘들었을 때는 없었다고 서로를 다독인다. 대출 금리 인상에 임대료 부담까지 있는 상인들은 정말 죽겠다고 하더라”고 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카페에도 비슷한 고민이 쏟아진다. 한 상인은 “명절 때마다 바빴는데 올해 첫 명절은 (상황이) 안 좋다”며 “일요일이 설인데 명절 음식 주문이 많지 않다. 재료비도 비싼데 재료비나 뽑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설 민생 안정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올해는 16대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20만8000톤)로 공급하고, 농·축·수산물 할인도 역대 최대 규모(300억원)로 지원한다. 

또한 지난해에 이어 이번 설 명절 연휴에도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을 1월 27일까지 30일간 한시적으로 완화해 설 선물 가액을 2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아울러 명절 연휴 기간 때 시행되다 코로나19 특별 방역대책으로 인해 시행되지 않던 고속도로 통행료 면제 혜택은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연휴 동안 지원될 예정이며, 지자체와 공공기관 주차장 역시 연휴 기간 무료 개방된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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