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서 교사 성희롱한 고3, 대입 앞두고 퇴학

교원평가서 교사 성희롱한 고3, 대입 앞두고 퇴학

교원평가에 “김정은 기쁨조” 막말
가해학생, 성폭력특례법 위반으로 검찰 송치

기사승인 2023-01-26 06:13:51
서울의 한 초등학교의 교실.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쿠키뉴스DB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에서 교사 신체 부위를 언급하며 성희롱한 세종지역 고등학교 3학년 학생이 퇴학 처분을 받았다. 

25일 세종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지역 내 A고교는 지난 17일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를 열고 B군에 대해 퇴학을 결정했다. 

교원단체 등에 따르면 B군은 지난해 11월 교원평가에서 교사에 대해 익명으로 평가를 남길 수 있는 자율서술식 문항에서 피해 교사에게 “XX 크더라” “김정은 기쁨조나 해라” 등 성희롱성 문구를 남겼다. 피해 교사들과 학교 측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글 작성자로 B군을 특정했고 성폭력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대학 진학을 앞둔 B군 측은 퇴학 처분 재심 청구 절차 등에 대해 교육청에 문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B군은 퇴학 조치를 받은 날부터 15일 또는 퇴학 조치를 한 날부터 10일 이내 징계 조정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교권 침해로 학생이 퇴학 조치를 받는 일은 흔치 않다. 최근 교권 침해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학생의 교권 침해에 다소 온정적으로 처리해왔던 관행을 깬 처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교육부 자료에 담긴 최근 3년간 교육활동 침해학생 조치를 살펴보면 ‘출석 정지’가 가장 많았다. 퇴학 처분은 1%대에 불과하다. 지난해 1학기 교권 침해로 인한 퇴학 조치는 1.4%였다. 2021년과 2020년에도 각각 2.0%, 3.1%였다.  

교사가 교원평가에서 성희롱 등 언어폭력을 겪는 사례는 비일비재한 것으로 보인다. 교원평가는 지난 2010년부터 전국 초·중·고 모든 교사(교장·교감 포함)를 대상으로 매년 9~11월 온라인으로 실시되고 있다. 

세종시 사례로 공론화되면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회원들을 대상으로 피해사례 조사에 나선 결과, 응답자 6507명(남 12%·여 88%) 가운데 30.8%가 성희롱 등의 ‘직접 피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교조를 통해 일부 공개된 교사들의 교원평가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학생 또는 학부모로 보이는 이들은 교사에게 “몸매 지린다” “쓰레기 아들 낳아라” “X페미” “XX 실제로 실습해달라” “지방대 출신이 운 좋게 선생이 됐다” “너무 못생겼다” 등 성희롱 글과 모욕, 비하, 저주하는 글을 적었다. 

그러나 이같은 피해를 경험해도 교사 98.7%가 ‘그냥 참고 넘어갔다’고 답했다. 교권보호위원회 개최 요구를 한 경우는 1%에 불과했고, 성고충심의위원회 개최 요구나 고소·고발 등 소송을 진행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상처를 입은 교사가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세종시 사례에서 피해 교사 역시 SNS에 안정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을 밝힌 바 있다. 

교육부는 지난 12월 “서술형 문항 필터링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개선해 이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교원의 전문성 신장 및 공교육 신뢰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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