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격모독에 성희롱까지…탈많은 교원평가, 어쩌나

인격모독에 성희롱까지…탈많은 교원평가, 어쩌나

기사승인 2023-01-26 22:04:53
서울의 한 초등학교의 교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합니다. 쿠키뉴스DB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에서 교사를 성희롱한 고교생이 퇴학 처분을 받았다. 교원평가제도를 폐지 또는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세종시교육청에 따르면 지역 내 한 고교는 지난 20일 졸업을 앞둔 3학년 A군의 퇴학 처분을 의결했다. A군 측은 퇴학 처분 재심청구 절차 등에 대해 교육청에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지난해 11월 교원평가에서 교사에 대해 자유롭게 남길 수 있는 ‘자유 서술식 문항’에 여성의 신체를 비하하는 성희롱 발언을 작성했다. “김정은 기쁨조나 해라” 등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교사·학교 측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글 작성자인 A군을 특정, 성폭력특별법 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이로 입건한 뒤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교원평가는 지난 2010년 도입됐다. 매년 11월 교사의 학습·지도 방식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 등의 만족도를 익명으로 조사한다. 객관식과 자유서술식 등이다. 교원평가를 통해 교사의 전문성을 제고, 학생에게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성희롱과 같은 부작용도 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지난해 12월 교사 650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자유서술식 교원평가에서 성희롱, 외모비하, 욕설, 인격모독 등의 피해를 경험했다는 응답이 30.8%에 달했다. ‘동료 교사의 피해 사례를 본 적 있다’는 38.6%였다. 

전교조는 “교원평가는 전문성 신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불필요한 업무를 늘려 행정력을 낭비하게 할 뿐 아니라 범죄를 부추기는 장이 되고 있다”며 “93.1%의 교사들은 교원평가를 폐지하는 것이 본질적 대책이라고 말한다”고 강조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도 교원평가 폐지를 촉구했다. 교사노조는 “교원평가가 학생들을 범죄자의 길로 이끌고 교사들은 퇴직을 고민하게 하고 있다”며 교원평가 재설계를 제안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교사가 자율적으로 피드백을 받는 방식이다. 

교총은 “현행 5점 척도 방식의 평가는 전문성 신장을 위한 구체적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평가 철만 되면 교원들의 교육방식에 불만을 품은 학생들이 겁박하거나 모욕 주는 수단이 됐다”며 “서술식 평가는 교원 인권침해를 넘어 도를 넘은 성희롱·반인륜적 표현까지 매년 되풀이되면서 교원들의 자존감이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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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yeo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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