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포함 마약사범 무더기 검거에도…SNS서 여전히 검은 유혹

10대 포함 마약사범 무더기 검거에도…SNS서 여전히 검은 유혹

SNS 타고 ‘MZ세대’에 파고든 마약
지난해 마약사범 1만2387명 검거 ‘역대 최다’

기사승인 2023-01-30 15:47:37
경찰이 적발한 마약재배시설. 사진=경찰청

10대 미성년자들이 투약을 넘어 유통까지 가담하는 등 마약 범죄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지난해 검거한 마약사범이 사상 최다를 기록할 정도로 경찰이 마약과의 전쟁에 집중하는 모습이지만 지금도 온라인상에선 젊은층을 유혹하는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 

30일 트위터·텔레그램 등 SNS에 마약 은어를 뜻하는 용어를 검색하면 온갖 불법 광고글들이 난무한다. 마약 판매책이 SNS에 글을 올려 텔레그램 채널을 홍보하고 연락은 텔레그램으로, 거래는 암호화폐로 하는 불법적인 거래 방식이 널리 퍼져있다. 경찰 등도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트위터, 텔레그램 등 메신저는 국내 업체가 아니라서 수사 협조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익명성과 보안성이 높다고 국내에 알려지면서 반복해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도 경찰 등의 집중단속을 피해 온라인에선 마약의 유혹이 계속되고 있었다. 기자가 한 판매책의 텔레그램 채널에 입장하니 구독자만 500명이 넘었다. 또 다른 판매책들의 텔레그램 채널에도 100여명이 넘는 구독자가 있었으며 이들은 공통으로 텔레그램을 통해 투약자들의 후기를 공유하며 구매자들을 끌어 모았다. 

구매 방법도 어렵지 않다. 판매책들은 ‘지역에 상관없이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으며 대체로 특정 장소에 마약을 가져다 두는 ‘던지기’ 수법을 이용해 투약자들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한 판매자는 검은 봉투로 감싼 마약들을 한데 모아 자랑하듯 사진 찍고 “이제 던지러 가자”고 적기도 했다. 

일부 판매책은 마약 은어와 함께 ‘파티’ ‘클럽’이라는 용어로 젊은 층을 끌어모이고 있다. 실제 지난해 10월 경기 김포에서 대마를 직접 키우고 피우는 ‘마약 파티룸’이 경찰에 적발돼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이같이 인터넷, SNS 등 비대면 거래가 마약 거래에 주요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범죄율은 크게 늘어난 모습이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5개월간 경찰청이 전담반을 구성해 검거한 마약류 유통 및 투약 사범은 1495명이다. 이 기간 전체 검거 인원 중 26.2%를 차지한다. 작년 같은 기간(1072명) 대비 39.5%나 늘었다. 이 가운데 533명은 다크웹이나 가상자산을 이용한 마약류 사범이다. 

마약사범이 크게 늘면서 지난해에는 역대 최다 검거 인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마약류 유통 및 투약 사범 등으로 검거된 인원은 총 1만2387명으로 전년(1만626명)보다 16.6% 늘어났다. 역대 최다 검거 인원이다. 

갈수록 마약사범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10대 마약사범은 454명으로 2017년 119명에서 4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인천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텔레그램을 이용해 마약을 사고판 고등학생 3명을 검거하기도 했다. 지난 2021년 학원에서 서로 알게 된 이들은 텔레그램으로 마약을 사들인 뒤 웃돈을 붙여 되팔았다. 이 과정에서 신분 노출을 피하기 위해 따로 모집한 성인 중간판매책을 통해 마약류를 매입·판매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처럼 급증하는 마약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대책 강화를 강구하고 나섰다. 법무부는 10~20대 사이 마약 확산을 막기 위한 체계적인 예방 교육에 나서고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등 민간 전문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소년 처우의 모든 단계에서 마약류 사용실태를 상시로 조사하기로 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다크웹·가상자산 전문수사팀을 전 시도경찰청에 확대 운영하고 전문수사관 채용 및 교육과정을 신설하는 등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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