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 룸카페·만화방’ 10대 단속 나선 여가부…“필요한 건 진짜 성교육”

‘밀실 룸카페·만화방’ 10대 단속 나선 여가부…“필요한 건 진짜 성교육”

밀실 룸카페 ·만화방 등에 교복 입은 학생들도 들락날락
신고 여부와 관계없이 미성년 출입불가 시설
“룸카페 막으면 유사카페 나올수도”…현실적 성교육 촉구

기사승인 2023-02-01 17:07:20
침대가 비치된 한 룸카페 모습. 사진=SBS 뉴스 유튜브 영상 캡처

공간이 분리된 룸카페·만화방 등에서 별다른 제재 없이 10대 청소년들의 탈선이 잇따른다는 지적에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출입금지 업소’ 대상이라며 지자체와 경찰의 적극 단속을 당부했다. 일각에서는 신·변종 룸카페 단속에 앞서 청소년들에 제대로 된 학교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여가부에 따르면 최근 모텔과 유사한 형태로 영업하고 있는 룸카페 등은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업소에 해당한다.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돼 영업 중이지만 사실상 밀실처럼 침구와 매트 등이 구비돼 모텔과 유사한 행태로 운영되면서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이어져 왔다. 

룸카페와 유사하게 밀실 행태를 갖춘 만화방(만화카페)도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가 되긴 마찬가지다. 지난달 초에는 충북 충주시의 한 만화방 내 밀실에서 학생들이 성행위를 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실제 최근 기자가 찾은 경기도의 한 만화방에서도 만화방 밀실에서 애정행각을 하는 남녀 학생들이 있었다.  

여가부 관계자는 쿠키뉴스를 통해 “예컨대 2층으로 구성된 만화방이 있는데 이중 어느 한 방이 커튼으로 가려져 있다면 밀실로 볼 수 있다”며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업소 결정 고시에서 설비 유형 중 한 가지라도 갖추고 3개의 영업 형태 중 하나라도 해당한다면 (신고 업소명과 무관하게) 단속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청소년보호법에 따르면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업소 결정 고시에서 업소 구분은 그 업소가 영업을 할 때 다른 법령에 따라 요구되는 허가·인가·등록·신고 등의 여부와 관계없이 실제 영업행태를 기준으로 한다.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됐다고 하더라도 △밀실이나 밀폐된 공간 또는 칸막이 등으로 구획하거나 유사한 시설 △침구, 침대 또는 침대형태로 변형 가능한 의자·소파 등을 비치한 경우 △컴퓨터·TV 등 비디오물 시청기자재 또는 노래방기기 등을 설치한 경우 △성행위 또는 유사성행위가 이뤄질 우려 등이 있다면 청소년 출입·고용이 금지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룸카페 업주가 ‘청소년 출입·고용 제한’을 업장에 표시해 안내하지 않으면 지자체와 경찰의 시정 명령을 받는다. 이후 시정하지 않으면 과태료 대상이 될 수 있다. 또한 룸카페 업주와 종사자가 청소년의 출입과 고용을 막지 않으면 징역과 벌금이 부과될 수도 있다. 여가부는 전국 지자체에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문을 내려보내 단속을 당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룸카페에 대한 강압적인 단속에 앞서 청소년을 위한 제대로 된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밀실로 된 룸카페·멀티방·만화카페 등에서 청소년들의 일탈 행위가 수년 전부터 문제로 제기돼 왔지만 마땅한 해결책은 마련되지 않은채 청소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왔기 때문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청소년들의 룸카페 이용 실태를 폭로하는 글들이 등장해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룸카페 아르바이트생이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여기 오는 손님 95% 학생 커플”이라며 “본인들은 아니라고 발뺌하겠지만 적어도 제가 일한 곳은 100에 99는 방에서 성관계한다”고 주장했다. 

룸카페 등 청소년 출입·고용 금지업소 단속 소식으로 청소년들의 성(性) 이야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학교 성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013년부터 모든 초중고 학교에서 학년별로 15시간 이상 성교육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했다. 다만 어떻게 세부화해 성교육할 것인지는 개별 학교 자율에 맡겨져 중구난방으로 이뤄져 왔다. 

미성년자의 성 경험 연령이 점점 어려지고 성범죄가 늘어나면서 학교에서의 성교육이 현실을 쫓아가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다. 서울시의 2020년 ‘성교육에 대한 양육자 인식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 10명 중 6명(67.2%)이 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는 성교육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중학생 딸을 둔 박모(40)씨는 “학생들을 위한 성교육이 과거에 머물러 있는데 통제만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이 될 지 모르겠다”며 “통제를 하려 하면 더 튕겨 나가는 게 사춘기 아이들. 학교와 부모가 관심을 가지고 아이들에게 행위에 대한 책임과 올바른 피임법, 성병 예방 등 현실적인 성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와 관련 뉴스 댓글 등에는 “말만 룸카페지 사실상 모텔과 다를게 뭐냐” “룸카페 단속하면 유사 카페가 또 나올테니 엄벌백계해야 한다” “올바른 성지식을 교육시키는 게 더 필요해보인다” “이게 막는다고 막히나” 등 반응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룸카페가 문제라고 해서 핀셋 처벌이라고 룸카페만 없애겠다는 생각에만 그치지 말고 청소년들의 성교육이 교육 현장에서 현실성 있기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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