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계·기업을 가리지 않고 한국의 경제지표가 나빠지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경영환경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이는 지방은행들에게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지방은행들은 의무적으로 중소기업들에게 대출을 해 줘야 하기 때문.
그나마 현재까지 기업대출 부문은 비교적 ‘방어’를 잘하고 있지만, 가계대출 연체율 증가 속도가 시중은행의 두 배 이상인데다가 고정이하여신도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건전성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코로나19를 지나 고금리 시기를 맞은 중소기업들의 부실율이 점차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금융권(은행·비은행) 중소기업 대출은 1480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후 대출 잔액은 2020년 1분기 1000조원을 넘어선 뒤 2020년 말 1152조4000억원, 2021년말에는 1329조9000억원으로 늘었다. 2022년말에는 15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대출이 늘어난 것과 함께 금리도 올라갔다.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4분기(10~12월) 취급한 중소기업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연 5.63~6.79%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1~3월) 연 3.37~4.56%와 비교하면 금리 상단이 2.23%p이나 올라간 셈이다.
대출금리가 치솟으면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34%로 전월(0.30%) 대비 0.03%p 상승한 상황이다.
개별 업체들을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발표한 ‘2022년 정기 신용위험평가 결과’에 따르면 2022년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은 총 185개사다. 이 중 183개사가 중소기업인데 2021년 157개에서 2022년 26개나 늘어났다.
이처럼 중소기업의 경영상황이 어려워지는 만큼 지방은행들의 자본건전성에 우려가 제기된다. 지방은행들은 일정 비율 이상 중소기업 대출을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지역 중소기업들의 상황이 나빠지면 시중은행보다 더 부정적인 영향을 많이 받게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
그나마 다행인 것은 기업대출 부문에서 지방은행들이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JB광주은행의 경우 2021년 3분기 0.52%에서 0.29%로 개선됐으며, BNK부산은행이 전년동기 대비 0.14%p 떨어진 0.21%로 나타났다. JB전북은행과 DGB대구은행은 같은기간 0.12%p, 0.09%p 감소한 0.52%, 0.34%를 기록했다. 유일하게 BNK경남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전년동기 대비 0.1%p 상승한 0.43%로 집계됐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기업대출 부문에서는 금융당국에서 꾸준한 감독과 업권 차원에서의 리스크 관리가 철저히 이뤄지면서 건전성 관리를 할 수 있었다”며 “다만 대출만기 연장으로 인해 잠재되어 있는 불량채권들의 경우 여전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가계대출이다. 지난 3분기 기준 6대 지방은행(경남·광주·대구·부산·전북·제주은행)의 가계대출 연체 총잔액은 1986억51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414억3500억원 증가했다. 여기에 평균 연체율은 1년 전보다 0.06%p 오른 0.31%로 집계됐다.
지방은행의 연체율 증가는 시중은행의 연체율 증가 속도보다 빠르다. 지난 3분기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연체 총잔액은 9179억60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45억2000원 증가했다. 여기에 평균 연체율은 0.18%로 전년(0.16%) 동기대비 0.02%p 늘었다.
부실채권도 늘어나고 있다. 5개 지방은행의 가계대출에서 발생한 고정이하여신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총 153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3.2%(288억원) 늘었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3개월 넘게 연체된 대출을 가리키는 말로, 통상 부실채권을 분류할 때 사용된다.
지방은행별로 보면 먼저 경남은행의 가계대출 고정이하여신이 407억원으로 같은기간 대비 5.1% 증가하며 5개 지방은행 중 최대를 기록했다. 전북은행은 335억원, 부산은행은 292억원으로 각각 71.7%와 19.6%씩 늘어났다. 대구은행은 269억원, 광주은행은 229억원으로 각각 12.5%와 28.5%씩 증가했다.
그간 꾸준히 기업대출 부문에서 리스크 관리 및 감시감독이 이뤄져왔던 만큼, 이제는 가계대출 부문에서의 강도 높은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등으로 연체율이 관리되는 상황이지만, 가계대출은 그렇지 않다”며 “가계대출 리스크에 대해서도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