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기준금리를 0.25%P(포인트) 인상하면서 정책금리 인사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미 연준의 속도조절에 따라 이달 말 금리조정에 나서는 한국은행의 부담이 줄어들게 됐다.
금융시장 등에 따르면 미 연준은 31~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4.25~4.5%에서 4.5~4.75%로 0.25%P 인상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해 4차례 기준금리를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한 후 지난해 12월 인상 폭을 0.50%P로 낮춘 ‘빅스텝’ 행보를 보였다. 이후 올해 첫 FOMC에서 인상 속도를 0.25%P로 더 줄였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이날 FOMC 정례회의 직후 “2% 물가상승률 목표를 위해 계속해서 금리를 올리는 것이 적절하다. 양적긴축(QT)도 상당한 규모로 계속해 나가겠다”고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그는 “아직 초기 단계지만 디스인플레이션(물가둔화)이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향후 6~ 12개월 상황을 알기는 어렵지만. 과도한 긴축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국내 정부는 연준이 정책금리 인상 속도조절에 들어갔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개최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상승률이 지난 6개월간 꾸준히 둔화되며 약 1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며 “지난해 유례없이 가파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했던 연준이 통상적인 금리 인상 폭으로 속도를 조절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정부 평가에서 한발 더 나가 연준의 ‘피봇’(통화정책 방향 전환) 가능성에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2월 FOMC 기자회견의 전반적인 내용은 연준의 스탠스를 피력하기보다는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고, 조기 금리동결 가능성도 열려있음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며 “여전히 연착륙 가능성이 존재하는 가운데, 시장의 기대대로 통화정책이 변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연구원은 파월의 ‘시장의 기대대로 연준의 통화정책이 결정되는 것에 대해 불편하지는 않다’는 발언을 두고 “통화정책 경로가 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지목했다. 그러면서 “시장에서는 2023년 하반기부터 2024년 초까지 3번 이상의 금리인하를 예상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연준이 금리 인상 속도를 낮추자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에 부담을 느끼던 한국은행도 금리인상 압박을 덜 수 있게 됐다. 연준의 금리 0.25%P 인상으로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는 1.25%P다.
다만 한미 금리 차 외에도 국내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는 물가 변수는 여전하다. 올해 1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월보다 5.2% 올랐다.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 연속 5%대 상승률이다. 특히 전기·가스·수도가 28.3%나 급등해 2010년 별도 통계가 작성된 이래 최고 기록을 세웠다.
여기에 코로나19 재확산에 막혀있던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웅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1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개최한 공동세미나에서 “중국의 공급차질 완화는 글로벌 물가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하겠지만 이번 재확산에 따른 차질 정도가 과거 확산기에 비해 작았던 만큼 추가적인 완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반면 중국의 펜트업(이연) 수요가 빠르게 확대될 경우 원자재 가격 등에 상방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증대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도 지난 19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동안 중국의 경기 둔화라는 혜택을, 다소 내려간 유가의 혜택을 누렸다”면서 “내 생각에 유가는 향후 10년간 올라갈 것이고, 중국은 더 이상 물가하락 요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은 오는 23일 금통위에서 물가와 미국의 속도조절 등을 반영해 기준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달 열린 금통위에서 금통위원들의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견해는 3대 3 수준이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