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론의 ‘돈 잔치’ 비판에 은행들이 앞다퉈 가산금리를 줄이고 우대금리를 늘리고 나섰다. 채용 규모도 늘리며 높아진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오는 28일부터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55%p(포인트) 낮추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KB주택담보대출 금리(신잔액코픽스 기준)가 최대 0.35%p, KB주택전세자금대출·KB전세금안심대출·KB플러스전세자금대출의 금리는 최대 0.55%p 인하된다.
카카오뱅크는 이날부터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의 금리를 최대 0.70%p 낮췄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대출 상품의 최저금리는 모두 4%대(연 4.286%·4.547%)로 인하됐다. 카카오뱅크는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대출의 최대한도도 2억5000만원, 2억원에서 3억원, 2억4000만원으로 올렸다.
우리은행의 경우 이날부터 우대금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사실상 실질 금리를 낮췄다. 우리은행은 거래실적 등에 따라 깎아주는 우대금리를 주택담보대출 신잔액코픽스 기준 6개월 변동금리에 0.45%p, 주택담보대출 5년 변동금리에 0.20%p씩 늘렸다. 그 결과 신잔액코픽스 6개월 변동금리는 5.91∼6.71에서 5.46∼6.26%로, 5년 변동금리는 5.24∼6.24%에서 5.04∼6.24%로 낮아졌다.
여기에 은행들은 올해 상반기 상반기 2288명 이상을 신규채용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 대비 약 742명 증가한 규모다. 하반기를 포함할 경우 올해 채용 규모는 약 3700명 수준으로 늘어난다. 금융거래의 디지털화에 따라 인력 수요가 줄어들고 있는 은행권에서 대규모 채용에 나선 상황이다.
대출금리 인하와 채용 확대는 은행권의 행태를 두고 국민들이 분노한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리 인상에 지난해 역대 최대 수익을 달성한 은행권은 이를 바탕으로 성과급과 퇴직금을 늘렸다. 국민들이 대출이자 상승에 고통받는 상황에서 이는 국민적 공분을 불러왔고 윤석열 대통령은 13일 “은행의 돈 잔치로 인해 국민의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오는 23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5대 은행을 중심으로 과점 체제를 구축한 은행 구조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성과급 등 보수 체계 전반도 손질 대상이다. 국회에서도 횡재세 도입과 은행의 공공성을 명시한 법 개정이 추진되는 등 은행을 향한 비판은 날로 강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은행권은 악화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10조원 규모의 사회공헌 프로젝트를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역풍을 불러왔다. 보증배수 등 효과를 제외하고 은행이 실제 투입한 금액이 7800억원에 불과해 생색내기용 지원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와 관련해 “당국이 은행의 과점적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번번이 그런 방식(사회공헌책)으로 답변이 있었는데, 은행의 노력에 대해 사실은 고맙기도 하고 여러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어 넘어갔다”면서도 “왜 여전히 국민들은 (그것에 대해) 신뢰를 못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권은 악화된 여론을 돌리기 위해 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민들의 요구에 따라 이자 상승의 고통을 분담하고 사회공헌을 확대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계속해서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