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상비약 배달, 소비자는 환영이지만..."접근성이 건강 망쳐"

배민 상비약 배달, 소비자는 환영이지만..."접근성이 건강 망쳐"

기사승인 2023-02-22 06:00:36
연합뉴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이 편의점 상비약 배달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배달 수요가 줄어들자 또 하나의 돌파구를 찾겠다는 방편이지만 의약계 반발에 부딪히며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상비약 배달에 대한 찬반 입장도 엇갈리고 있어 관련 규제에 대한 논란은 확산되는 모습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은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배달과 관련한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상태다. 규제 샌드박스는 새 제품이나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조건(기간·장소·규모제한) 하에 기존 규제를 면제·유예 시켜주는 제도다. 규제 샌드박스 지정은 이르면 몇 달에서 길게는 1년 이상 시간이 소요된다. 

현행 약사법에 따라 약국 외 장소에서는 의약품 판매가 불가능하다. 배민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자사 퀵커머스 서비스인 ‘배민스토어’에 입점한 배달 품목을 안전상비의약품까지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배민스토어는 편의점을 비롯해 의류, 반려용품, 화장품 업체 등이 입점해 있다. 여기에 상비약 배달까지 가능해지면 사실상 대부분의 생필품을 배민 배달로 해결이 가능해지게 된다.

배민의 상비약 배달 확장 움직임에 소비자들 사이에선 다양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 소비자 남 모씨(여·32)는 “아무래도 소비자 입장에선 편리함을 추구하니까 약 배달이 가능해진다면 직접 사러 나가는 수고로움은 덜 수 있을 것”이라며 “관련 서비스가 생긴다면 자주 이용할 것 같다. 편의점을 가도 되지만 번거로움도 있고 아마 배달을 시키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다른 소비자 이 모씨(여·35)는 “상비약이 급하게 필요할 때 활용하기엔 좋을 것 같다”면서도 “의약품 접근성 측면에서 본다고 한다면 실제 어르신 중에 배민을 사용하는 분들이 얼마나 계실지 모르겠다. 그 부분도 고려해 봐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약사회 반발도 거세다. 배민의 규제 샌드박스 신청이 의료시장 질서를 침해하고 의료계 간 갈등만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서울시약사회는 성명을 내고 “의약품은 규제특례사업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국민 생명과 건강을 담보로 사업의 효과성을 실험한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라며 “정부는 보건의료 분야를 규제특례사업 대상에서 제외하고, 국민 건강에 대한 위험한 배달 실험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보건의료시스템을 뒤흔드는 어떠한 특례사업도 용납할 수 없다. 배달의민족은 상비약 배달 특례사업 신청을 즉각 철회할 것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쿠키뉴스 DB

배민은 규제 샌드박스 신청이 전문의약품 배달 시장을 침해할 것이라는 지적에는 선을 그었다. 

배민 관계자는 “배민스토어에 입점한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상비약에 대해 배달할 수 있도록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한 것”이라며 “전문의약품 배달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의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휴일이나 심야시간대 약국을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의약품 접근성 확대를 위해 편의점 안전상비약을 도입한 것”이라며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과 노인, 1인 가구 등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들은 상비약 배달이 허용될 경우 의약품 오남용 문제로 변질될까봐 우려하고 있다. 단순히 업체 수익성 측면이 아닌 국민 건강 문제로 큰 그림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일반 소비재가 아닌 의약품의 경우 접근성보다 안전 관리가 훨씬 중요하다”면서 “소비자 입장에선 약 배달을 이용하면 편리한 건 맞다. 하지만 일부에 있어 오남용 가능성이 생길 수 있고 심각한 건강 문제를 초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위원장은 “이처럼 약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게 되면 국민 각자가 건강에 책임을 지는 사회 구조로 가게 되는데 그런 식의 접근은 위험하다”면서 “1차 보건 의료 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에서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도 부정적이고 건강 불평등을 더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부연했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도 “약국 문을 닫거나 병원 가기 어려울 때 편의점을 통해 상비약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한 건 다급한 상황에서 소비자 건강에 대한 최소한의 보장인 것”이라며 “의약품이 남용되거나 접근성을 편리하게 하려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윤 사무총장은 구매되는 의약품을 배달을 통해 확인하긴 한계가 있다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윤 사무총장은 “환자 본인이 직접 구매를 하면 제품에 대한 유통기한이나 포장 상태 등 여러 사항을 비교·확인해볼 수 있지만 타인이 사다줄 경우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단순히 약을 사다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약국에서 의약품을 관리하는 것과 편의점에서 진열돼 판매하는 것을 배달로 가져다주는 건 의약품 관점에서도 결이 다른 문제”라며 “환자가 약을 복용하는 과정에서 직접 선택하고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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