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돈 잔치’ 논란에 정부가 보수환수제도(Claw-back) 강화를 검토하고 나섰다. 은행들이 과점적 구조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과도한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데 비판이 커지자 정부가 제도 개선에 칼을 빼들었다. 다만 정부의 민간 금융사 경영개입이 과도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및 각 협회,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TF’는 은행 성과급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보수환수제도 강화를 검토하고 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전날 열린 TF 첫 회의에서 “보수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경영진 보수에 대한 주주 투표권(Say-On-Pay) 도입 여부, 금융사 수익 변동시 임직원 성과급 환수·삭감(Claw-back) 강화 등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보수환수제도는 계약에서 정한 특정 상황 혹은 불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임직원에게 기지급된 보수를 회사가 환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예컨대 은행들이 사모펀드를 팔아 막대한 이익을 얻어 직원들에게 성과급을 지급했다. 하지만 직원들의 불완전판매나 상품 설계의 오류로 수년 후 고객이나 회사에 피해가 발생했다면 과거 직원들에게 지급한 성과급을 회수하는 방안이다.
국내의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과보수환수제도가 본격 도입되기 시작해 2010년 성과보수체계 모범규준, 2014년 지배구조 모범규준 등을 거쳐 2017년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임직원의 성과보수 이연지급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금융위는 은행권의 성과급을 제한하기 위해 은행의 수익이 높을 때 나오는 고액 성과급 지급 기간을 늘려 수익이 악화됐을 때 환수‧삭감하는 방향으로 보수환수제도를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가 보수환수제도를 ‘금융사 수익 변동시 임직원 성과급 환수·삭감 방안’이라고 설명한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정부의 이러한 계회을 두고 은행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은행 성과급은 이익의 규모가 아닌 은행이 자체적으로 설정하는 목표달성율을 중심으로 결정되는 만큼 정부가 은행의 자체 경영판단까지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당초 과도한 성과주의에 빠져 금융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가 임직원의 과실 없이 수익 변동에 따라 적용될 수 있는가의 우려도 제기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 성과급은 연초 설정한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가의 정도에 따라 현재 지급되고 있다. 이익의 절대적 규모와 관계가 없다”며 “은행 경영환경이 어렵다면 저성장을 하더라도 당초 목표를 초과 달성했을 경우 성과급이 지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행의 성과급이 과도하다는 판단에 수익 변동 시 성과급을 환수‧삭감한다면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지급 또는 환수‧삭감이 결정될 것”이라며 “이는 정부가 은행의 경영목표를 세워주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은행권 또 다른 관계자는 “일반직원들은 현재도 대출 부실 등 과실에 따라 책임을 지고 있지만 과실이 아닌 은행의 수익 변동에 따라 성과급을 환수하겠다는 것을 일반 직원들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그럴 경우 한해 열심히 일한 것을 격려하는 성과급의 의미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은행들이 성과급 규모를 최종적으로 노사 협의를 통해 결정하고 있는 만큼 노조의 반발도 예상된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은행 성과급은 노사 협의사항이다. 이는 정부의 과도한 경영개입”이라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은 만큼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면 금융노조 차원에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TF는 다양한 우려 속에 제도 개편 방안을 오는 6월말까지 내놓을 예정이다. TF를 주재하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앞으로 은행을 비롯한 금융산업이 국민과 사회의 눈높이에 부합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금융권은 함께 끊임없이 고민하고 최선의 노력을 다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